오지은기자
여수 석유화학 산업단지에서도 나프타크래커(NCC) 구조재편이 본격화됐다. 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 충남 서산시 대산 설비 통합에 이어, 국내 석유화학 구조 개편의 '2호 사례' 재편안이 정부에 제출됐다.
LG화학은 19일 오후 산업통상부에 정부 주도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이행'과 관련한 사업재편안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 개편에 참여하기 위해 자료를 제출했다"며 "제출 여부 외에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도 이날 사업재편안 제출을 완료했다.
LG화학 여수공장에서 직원들이 작업하는 모습. LG화학
업계에서는 여수산단 내 LG화학과 GS칼텍스가 NCC 설비 구조조정 방향에 대해 사실상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은 여수에서 에틸렌 생산 기준 연 120만t과 80만t 설비 등 NCC 2기를 운영하고 있다. GS칼텍스는 혼합원료를 분해해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90만t 규모 MCC를 운영한다. 양사는 여수산단에서 가장 노후화한 LG화학 1공장을 중단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GS칼텍스 역시 유사한 내용의 사업재편안을 정부에 제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수산단에는 설비 효율과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정유업을 병행하는 GS칼텍스와 석유화학 다운스트림 제품까지 생산하는 LG화학의 설비 통폐합 필요성이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이번 움직임은 국내 NCC 산업 전반의 구조적 위기와 맞물려 있다. 국내 NCC 평균 가동률은 지난해 80% 초반에서 올해 상반기 70%대까지 하락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의 대규모 증설과 저가 수출 공세로 기초유분 시황이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업계 내부에서도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산업통상부는 연내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및 구조 개편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여수산단 현장을 찾아 "연말까지 구조 개편 계획을 내놓지 않는 기업은 향후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