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훈기자
조현 외교부 장관은 19일 통일부와의 대북정책 엇박자 논란과 관련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나, 목표는 같다. 방법론만 다를 뿐"이라면서 "통일부가 제시한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최선의 외교적 노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 내 이른바 '자주파-동맹파' 갈등설에 대해 "자주파-동맹파 논란은 (정부) 내부에는 없다. 실용외교파만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30일 오전 경북 경주시 소노캄 경주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5 APEC 외교통상합동각료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5.10.30 강진형 기자
조 장관은 이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업무보고 과정에서 서울-베이징 고속철도 등 대북 구상을 내놓은 데 대해 "개인적으로 가슴이 뛸 정도로 저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면서 "통일부가 보고한 것이 구체적으로 이재명 정부의 외교정책 경로를 바꾸는 것이냐고 한다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정 장관의 구상이 현실화하기 위한 전제 조건인 대북 제재 완화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외교부는) 지금 통일부 입장을 검토하는 중"이라면서 "우선 통일부와 협의를 해야 하고, 국가안보실에서 여러 부처와 함께 논의해 정부 입장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대북 제재 해제가 필요하다는 통일부 측 입장과는 다소 다른 결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대북정책 주도권과 관련한 교통정리가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조 장관은 "누가 주도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만약 오늘 내일이라도 북한과 직접 회담이 열릴 정도로 빠르게 진척된다면 통일부가 리드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 장관은 비공개 업무보고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제재인 5·24 조치에 대해 질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장관이 대북 제재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보고한 만큼 이와 관련된 질문일 가능성이 크다.
조 장관은 비공개 업무보고와 관련해선 "어려운 국제정세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외교적 자율공간을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말씀드렸다"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이 지속되고 있는데 어떻게 될 것인가, 종전되면 뭘 할 것인가, 중국과 일본 갈등이 있는데 심화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등에 대해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한편 조 장관은 이날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내년에도 적시에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정상 간 합의사항 이행 성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특히 핵추진잠수함·원자력협력·조선 분야에서 실질적 진전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 측과의 공조하에 북한과의 대화 재개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조 장관은 ▲대통령의 국빈 방중 추진 ▲일본과의 셔틀외교 지속 ▲러시아와의 필요한 소통 지속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추진 ▲재외공관 개편 ▲공적개발원조(ODA) 체계 통합을 위한 한국국제협력단(KOICA) 중심의 플랫폼화 추진 등을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