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철 LG전자 CEO, 취임 후 첫 확대경영회의…'위기대응' 주문

본사 경영진, 해외 법인장 등 한자리에
관세 리스크, 中 경쟁 속 돌파구 마련
AX 실행 로드맵 제시, 새 먹거리 될까

류재철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취임 후 첫 확대경영회의를 주재하고 '위기대응'을 주문했다. 관세 부담과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에 대비하기 위한 자리지만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의도 역시 포함됐다는 해석이다.

19일 산업계에 따르면 류 CEO는 이날 LG전자 사업장에서 비공개 확대경영회의를 열고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에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관세 리스크 장기화 가능성과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 확대를 주요 변수로 설정해 사업별 영향을 검토했다.

회의에서는 주요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을 놓고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조정과 가격 전략 재편 방안을 논의했다. 수요 둔화가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고정비 축소와 원가 절감 중심의 수익성 방어 시나리오도 점검했다.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른 실적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한 지역별 생산 비중 조정과 공급망 재편 방안도 함께 다뤘다.

류재철 LG전자 최고경영자(CEO). LG전자. 연합뉴스

확대경영회의는 LG전자의 국내외 경영진이 참석해 경영 현황과 전략 방향을 점검하는 자리다.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CEO가 주관한다. 이번 회의에는 본사와 사업본부 경영진 해외 지역대표 법인장 등 300여명이 현장과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해외 법인장들은 각 시장과 지역별 경영 환경 변화와 이에 따른 실행 전략을 공유하고 생산·물류·재고 등 운영 전반의 효율화 과제를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류 CEO가 첫 확대경영회의에서 '위기'를 강조한 건 시장 상황 뿐 아니라 조직에 긴장을 불어넣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회사 안팎에선 류 CEO가 실행력이 강한 리더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사업 실행을 위해선 추진력을 높여야 하는데, 결국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을 갖추는 게 먼저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관세 불확실성에 빠르게 대응하며 관세 영향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갔고 생산지 재편을 위한 투자 결정을 신속히 내리고 실행에 옮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여건도 녹록지 않다. 글로벌 TV 시장 침체와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핵심 사업인 TV 부문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MS(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설루션)사업본부는 올해 2분기와 3분기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내년에도 수요 둔화 장기화에 더해 미국 관세 불확실성, 환율 상승 등 외부 변수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운영 효율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올해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가전업계가 직격타를 맞았지만 생산지 최적화와 판가 인상, 원가 구조 개선 등 다각적인 대응을 통해 시장 예상과 달리 비교적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다. 지난 3분기 기준 매출은 2조원대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6889억원으로 관세 영향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 B2B(기업 간 거래) 사업과 구독, 웹OS 플랫폼 기반 광고·콘텐츠 사업 등 신사업이 실적 방어에 기여한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3분기까지 B2B 사업 누적 매출은 18조6000억원에 달했다. 기술 경영자 출신으로 생활가전 분야에서 LG전자를 글로벌 1위 반열에 올린 류 CEO 체제에서도 사업부 체질 개선과 신성장 동력 확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의 AX(인공지능 전환) 전략 구체화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류 CEO는 이번 회의에서 AX 실행 로드맵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사장단 회의에서 'AX 가속화'를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그는 취임 직후 조직 개편을 통해 기존 DX(디지털 전환)센터를 AX센터로 격상시키고, R&D(연구개발)와 마케팅, 공급망 등 전 밸류체인에 AI를 접목하는 역할을 부여한 바 있다.

산업IT부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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