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민권자도 불안'…트럼프 '매달 200명 박탈 목표' 하달

NYT, 미 이민국 지침 보도
매달 100~200건 시민권 박탈 적발 할당
"귀화자들에게 공포와 불안감 줄 것"

반(反)이민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미 귀화 절차를 거쳐 시민권을 얻은 이들도 대거 단속할 예정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 귀화한 미국인의 시민권을 박탈하기 위한 대규모 단속을 계획 중임을 보여주는 이민국(USCIS) 내부 지침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민국은 지난 16일 일선 조직에 2026년 회계연도에 매달 100∼200건의 시민권 박탈 사건을 적발해 이민 소송 담당 부서에 넘기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시작된 2017년부터 올해까지 누적된 시민권 박탈 사건을 모두 합쳐도 약 120건에 불과하다. 월별 할당량으로 수년간의 적발 건수 이상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NYT는 "시민권 박탈 대상을 늘리려는 표적 단속은 이미 야심 차게 진행되고 있는 이민 단속의 강도가 한층 올라간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실제 이런 규모의 단속이 이뤄진다면 미국 현대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시민권 박탈이 추진될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미 연방법은 시민권 신청 과정에서 사기를 저질렀거나, 그 밖에 매우 제한적 경우에만 귀화자의 시민권을 예외적으로 박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불법 귀화자'의 시민권을 박탈하기 위해서는 민사 또는 형사 소송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미 연방 대법원은 시민권을 민주주의의 근본적 가치로 규정하고 있어, 정부가 특정인의 시민권을 박탈하는 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 2017년 대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정부는 귀화 신청 과정에서 단순히 거짓말이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수준을 넘어 해당 거짓말이 시민권 취득의 본질적 근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귀화를 통해 시민권을 얻은 이들은 2600만명에 달한다. 이중 작년에만 새로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이들은 80만명 이상으로, 멕시코, 인도, 필리핀, 도미니카공화국, 베트남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NYT는 이번 계획이 대규모 불법 체류자 단속부터 입국 규제 확대 등을 추진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이 새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상징한다고 짚었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 이민국 관리인 사라 피어스는 "연간 총 시민권 박탈 숫자보다 10배나 많은 월별 할당량을 채우라는 것은 신중하고 예외적으로 사용돼야 할 도구를 몽둥이로 만들어 수백만 명의 귀화자들에게 불필요한 공포와 불안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초당파적 법·정책 연구기관인 브레넌센터 선임연구원 마지 오헤런도 "국토안보부 직원들에게 임의의 목표를 줬을 때 체포와 추방 과정에서 대상이 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휩쓸렸던 전례가 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 수 있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슈&트렌드팀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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