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고려아연 美 JV에 442억 배당금…경영권 방어에 회삿돈 써'

"제련소 착공은 2027년 이후…굳이 연내 3자배정 유상증자"
"'최윤범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수백억 투입" 지적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투자 계획과 관련해 18일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회삿돈 지출'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영풍은 보도자료를 통해 "현지 제련소 건설이 장기 프로젝트인데도,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을 연내로 잡아 불과 3영업일 차이로 JV에 약 442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유상증자 이후 크루시블 JV 지분율, 약 11%까지 상승"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11조원 규모의 미국 제련소 건설을 추진하면서, 현지 합작법인(JV)에 대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주 인수 주체는 '크루시블(Crucible)JV LLC'이며, 대금 납입일은 오는 26일로 예정돼 있다.

유상증자 대금이 계획대로 납입되면, 크루시블 JV는 연말 주주명부에 등재돼 곧바로 배당 대상이 된다. 이 경우 크루시블 JV에 지급될 배당금은 약 442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크루시블 JV엔 미 전쟁부와 산업부 및 미국 내 전략적 투자자, 그리고 고려아연이 참여한다. 이번 증자를 통해 고려아연 보통주 220만9716주를 2조8508억원(주당 129만원)에 인수할 계획이다. 증자 전 기준으로 약 10.25%에 해당하며, 자사주 소각(68만10주)이 이행된 현재 기준 크루시블 JV의 지분율은 약 10.59%까지 올라간다.

이에 대해 영풍 측은 "자금 집행까지 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납입 시점만 앞당긴 것을 보면, 이번 유상증자의 목적이 미국 투자보다는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진행 중인 영풍·MBK파트너스와 최 회장 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구도에서, 이번 지분율 변동이 사실상 '캐스팅보트'로 작동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영풍 측, 유증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영풍 측은 "설계부터 완공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대규모 공장 건설 프로젝트 특성상 자금 집행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데도, 굳이 연내 납입을 고집할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며 "공장 착공 시점이 2027년 이후로 거론되는 점을 고려하면, 자금 집행 일정과 증자 시점이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납입을 연말로 맞춘 이유는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대주주인 영풍·MBK파트너스의 지분율을 희석하는 동시에, 최 회장 측에 우호적인 의결권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결과적으로 442억원의 현금 유출이 회사의 사업 목적이 아니라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치러진 비용이라는 취지다.

한편 영풍·MBK는 전날 서울중앙지법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관련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영풍·MBK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최윤범 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목적으로 설계된 신주배정은 상법과 대법원 판례가 엄격히 금지하는 행위"라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은 필요한 조치"라고 전했다.

증권자본시장부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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