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서인턴기자
올여름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중국 캐릭터 인형 '라부부(Labubu)'의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한때 매장 앞에서 오픈런이 벌어지고 리셀 시장에서 고가 거래가 이어졌지만 최근 들어 소비자 관심과 거래 가격이 동시에 급감하며 분위기가 반전된 모습이다.
'라부부'와 함께 찍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블랙핑크 로제와 리사. 로제, 리사 인스타그램
17일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6월 17일~12월 16일) 라부부 검색량은 7월 최고치인 100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가장 검색량이 많았던 날과 비교했을 때 지난 16일 기준 검색량은 3 수준까지 떨어지며 소비자 관심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여름 '잇템'으로 불리며 폭발적인 수요를 끌어모았던 것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한정판 거래 시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에 따르면 대표 상품인 '라부부 하이라이트 시리즈 랜덤박스' 단품은 18일 기준 2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정가(인상 전 기준 2만1000원)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지만 한때 17만원 선까지 치솟았던 과거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하락한 가격이다.
라부부는 팝마트의 대표 캐릭터로 키링 박스를 열기 전까지 어떤 피규어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랜덤박스' 방식 판매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 문화가 맞물리며 단기간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블랙핑크 리사·로제, 팝스타 리한나 등 유명 연예인과 인플루언서가 해당 캐릭터의 키링과 피규어를 착용하거나 소장 인증을 올리면서 수요가 급격히 확대됐다.
팝마트에서 판매중인 '라부부' 인형의 이미지. 팝마트코리아
이 과정에서 일부 한정판 제품은 리셀 시장에서 수십 배 가격에 거래되며 투기적 수요까지 형성됐다. 중국 현지에서는 인간 크기 라부부 피규어가 경매에서 수억 원대에 낙찰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열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공식 판매처인 팝마트코리아 홈페이지에서도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과거에는 제품이 입고와 동시에 품절이 반복됐던 것과 달리 현재는 주요 상품을 비교적 수월하게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라부부 인기 하락의 배경으로 SNS 기반 유행 상품의 구조적 한계를 꼽는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에서 바이럴을 타고 단기간에 관심이 집중된 만큼 관련 콘텐츠 노출이 잦아지며 소비자 피로도가 누적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가품 논란과 품질 관리 문제도 수요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 인기가 급상승하자 정교한 가품이 대거 유통됐고 웃돈을 주고 구매한 제품이 가품으로 확인되는 사례가 잇따르며 소비자 신뢰가 약화했다. 생산 공장별 품질 편차로 인형 얼굴 형태나 마감 상태가 달라지는 이른바 '뽑기 운' 논란 역시 불만을 키웠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