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로 시험 본 대학생들…대학가, 가이드라인 마련 분주

생성형AI 사용한 부정행위 급증
전체 224건 중 18.8% 차지

지난달 15일 연세대학교의 3학년 대상 수업 '자연어 처리(NLP)와 챗GPT' 중간고사 과정에서 일부 학생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문제를 푼 정황이 적발됐다. 서울대에서도 경영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양과목의 중간고사에서 상당수 학생이 AI를 이용해 문제를 푼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서울 주요 대학에서 AI를 활용한 부정행위 사례가 잇따르면서 대학들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AI 활용이 일상이 된 대학 현장에서 시대에 걸맞은 실효성 있는 교육제도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6년간 대학 학부 시험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적발된 사례는 모두 49개교, 224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챗GPT나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사례는 42건(18.8%)에 달한다.

이처럼 막을 수 없는 흐름이 된 AI는 대학 교육의 방식과 평가 기준을 뒤흔드는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대학들도 가이드라인 도입에 나서고 있다.

서강대는 지난달 25일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교수자에게는 강의계획서에 AI 사용 방침을 명시하고, 단답형보다는 토론·과정 중심 평가를 권장했다. 학생에게는 AI 사용 시 도구 명과 기여도 등을 명확히 밝히도록 안내했다. 연구자에게도 AI를 공동저자로 인정하지 않으며 생성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연구자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서울대는 현재 'AI 가이드라인 제정안'을 마련하고 주요 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최종 확정 및 학내 공표 이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려대는 국내 최초인 2023년 3월, 연세대는 지난해 5월 AI 가이드라인을 제정·배포했다. 교육부도 대학생 대상 'AI 윤리 가이드라인'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함께 개발 중이다. 정부는 예산을 확보해 내년 초 교육·AI 전문가가 참여하는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완성할 계획이다.

한양대는 AI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온·오프라인 시험 관리 체계를 재정비하고 있다. 또 일회성 필기시험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프로젝트 기반 수행평가, 회고록, 구두 평가 등 액션러닝 중심 평가 방식 도입도 검토 중이다. 한양대 관계자는 "온라인 시험의 공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전용 검증 도구 도입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AI 가이드라인의 중요성은 입증됐다. 지난 5월 연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사회과학논집'에 실린 이태동 연세대 교수 연구팀의 '생성형 AI 인용 가이드라인이 대학생의 자기 효능감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AI 사용을 허용하되 인용 방식 등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 그룹이 시간 효율성과 자기 효능감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보였다. 반면 별도 기준 없이 AI 사용을 허용한 그룹은 학습 효과가 오히려 낮아진 경향을 보였다.

다만 대부분의 AI 가이드라인이 선언적이고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해결 과제로 남는다. 대체로 윤리적 책임은 명시돼 있지만 이를 어겼을 경우의 구체적인 처분이나 제재 기준은 없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해 한 대학 관계자는 "AI 가이드라인은 학기마다 업데이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과정 전반에 AI 기술을 통합하려는 대학의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2029년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 중인 동덕여대는 공학계열에 AI공학·생명바이오공학 전공을 신설한다. 또 문화예술 및 인문사회 분야에는 공학기술을 융합한 연계전공 및 마이크로디그리 과정을 개설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생성형 AI 통합 플랫폼을 학생에게 제공하고, AI 기반 다목적 복합시설 조성, AI융합연구소 신설 등 인프라 확충도 추진 중이다.

아울러 대학 교육 과정에 'AI 윤리' 등의 과목을 적극적으로 포함하고 관련 지원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4월 인공지능인문학연구에 실린 '인공지능 윤리교육의 현황과 과제'를 보면 AI 윤리 교육에 참여한 교수자들은 교육 목표 달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교육 자료 부족, 사회적 관심 부족, 전임교원 부족 등 여러 한계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탠퍼드, MIT, 옥스퍼드, 하버드 등 해외 주요 대학들은 AI 윤리 관련 과목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사회부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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