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發 AI 인프라 '그림자 부채' 경고음…자금 조달 난항에 주가 5%대 급락

블루 아울, 100억달러 규모 자금 지원 철회설
오라클은 부인…AI 투자 과열 우려 재점화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오라클이 미국 미시간주에서 추진 중인 100억달러(약 14조8000억원) 규모의 오픈AI용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으면서 주가가 5% 넘게 급락했다. AI 인프라 확산 과정에서 막대한 투자에 비해 수익화 시점과 규모가 불확실하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장기 임대 중심의 자금 조달 방식이 향후 재무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그림자 부채' 논란까지 겹치며 AI 관련주 전반에 부담을 줬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서 오라클 주가는 전일 대비 5.4% 하락한 주당 178.46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 보도가 주가 하락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 FT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 자산운용사인 블루 아울 캐피털은 오라클과 미시간주 세일린 타운십에 오픈AI를 위한 1기가와트(GW) 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을 논의해 왔으나, 최근 해당 프로젝트에 자금 지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블루 아울은 데이터센터와 디지털 인프라 분야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주요 자금 조달 파트너로 활동해 왔다. 오라클의 부채 증가와 AI 분야에 대한 막대한 투자 지출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사안은 AI 인프라 투자 구조 자체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다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라클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 구글 등 AI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인프라 건설 과정에서 직접 자금을 투입하기보다 외부 투자자에 의존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사모펀드나 부동산 투자자들이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빅테크 기업들이 이를 수십년간 장기 임대하는 구조다. 초기 자본 부담은 줄일 수 있지만, 장기 고정 비용이 누적된다는 점에서 구조적 리스크로 지적된다.

이 같은 방식은 재무제표상 빅테크 기업의 부채로 직접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경기 악화나 AI 수요 둔화 국면에서도 계약을 쉽게 해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매년 거액의 임대료 지급이 고정 비용으로 남게 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재무제표 밖에 존재하는 사실상 숨겨진 부채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오라클은 최근 3개월(9~11월) 동안에만 약 1500억달러(약 221조7000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임대 계약을 체결했으며, 누적 임대 약정 규모는 2480억달러(약 366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런 우려 속에서 블루 아울이 미시간주 프로젝트에서 발을 뺀 것은 AI 인프라 투자 열기 이면에 존재하는 재무 리스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블루 아울은 해당 프로젝트의 임대와 부채 조건이 다른 거래들과 비교해 열악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블루 아울이 해당 프로젝트를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부채 조건과 상환 구조가 불리하다고 판단해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블루 아울은 여전히 오라클의 다른 두 개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는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 아울은 그동안 텍사스주와 뉴멕시코주 등에서 오라클이 추진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주요 후원자이자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해온 회사다.

이에 대해 오라클은 블루 아울이 애초에 지분 투자 협상 대상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오라클은 "개발 파트너인 릴레이티드 디지털이 경쟁적인 후보군 가운데 최적의 지분 투자 파트너를 선정했고, 블루 아울은 이번 프로젝트의 파트너가 아니다"라며 "지분 투자에 대한 최종 협상은 일정에 맞춰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불안 심리는 AI 관련 종목 전반으로 확산됐다. 오라클 외에도 이날 브로드컴과 AMD는 각각 4.48%, 5.29% 약세를 나타냈다. 엔비디아는 3.81% 내렸고,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3.21% 하락했다.

국제부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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