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까지 가세한 '한미 협의' 갈등…외교부 '워킹그룹 아냐' 뒷수습

외교부 주도로 16일 진행된 한미 협의에서 촉발된 부처 간 갈등에 17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여당 대표도 가세하자 외교부 측은 "과거 한미워킹그룹과는 취지와 성격이 전혀 다르다"며 뒤늦은 수습에 나섰다.

1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 후속 협의에 참석한 정연두 외교전략정보본부장(오른쪽)과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12.16 [공동취재] 연합뉴스

외교부 핵심 당국자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에 대해서는 한미 양측의 인식이 같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7년 전에는 아주 예외적인 상황, 특정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워킹그룹을) 만들었던 것"이라며 "(이번 협의는) 본부장급 레벨 협의를 시작해 정상 간 합의 사항을 이어나가자는 취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전날 외교부 청사에서 정연두 외교전략정보본부장과 케빈 김 주한미대사대리를 양측 수석대표로 하는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JFS·공동 설명자료) 후속 협의'가 약 세시간 진행됐다. 회의 개최에 앞서 조율하는 과정에서 통일부는 이번 협의가 자칫 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 남북 간 자체 교류의 장애물로 지목됐던 '제2의 한미워킹그룹'이 될 것이라 비판했다. 이에 외교부는 당초 '한미 대북정책 공조 협의'에서 명칭까지 바꿨지만 통일부는 끝내 불참을 선언했다. 이를 계기로 이른바 '자주파-동맹파' 간 충돌이라는 해석까지 나온 데다 정 민주당 대표가 이날 오전 "한미 관계에서 자주성을 높이겠다"며 "통일부의 방침을 지지한다"고 공개 발언해 전선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통일부의 우려는 이번 한미 협의가 향후 대북 제재를 논의하면서 북한의 반발을 사고, 자칫 남북 교류협력의 기회를 박탈할 것이란 데에서 기인한다. 이에 대해 외교부 핵심 관계자는 "(이번 협의의)주안점은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이행하는 매커니즘 차원이 아니라, 현 상황을 평가하고 정상 간 합의 이행을 위해 (양국) 정부 레벨에서 (어떤 과제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비공개로 진행된 협의에서도 제재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 "통일부는 협력의 대상이고 긴밀한 소통의 부처로, (협의에서) 배제하거나 가린 적은 없다"고 부연했다.

통일부 측에서는 "외교정책은 외교부가, 남북대화·교류협력 등 대북정책 사안에 대해서는 통일부가 별도로 미측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사실상 '독자 채널'을 선언하고 나선 상황이다. 다만 한반도 문제에 있어 이런 방식의 '투트랙' 전략은 부처 간 혼선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통일부에서 필요한 설명을 (미국에) 얼마든지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외교부는 해오던 대로 외교 교섭을 충실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회의 진행은 우리 부처 간에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 내 상위기관에 다 보고하고 조율돼 나오는 것"이라고 짚었다.

정치부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