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기자
최근 코스피가 400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치열한 고지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랠리를 이끌던 대형 그룹주들의 시가총액이 140조원 넘게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상승을 주도했던 외국인 수급이 빠져나가면서 대형주로 쏠렸던 수급이 중·소형주로 확산하는 평균회귀가 일어나고 있다는 평가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삼성 그룹의 시가총액은 약 919조원(우선주 제외)으로 코스피가 사상 최고점(종가 기준)을 찍었던 지난달 3일 시총(약 940조원) 대비 21조원이 줄었다. 지난 10월만 하더라도 그룹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반도체 '쌍두마차'인 SK하이닉스와 함께 합산 시총 1000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으나 그룹 전체의 '벌크업'으로 발전하는 데는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한 달 새 덩치가 작아진 건 삼성그룹뿐만이 아니다. 같은 기간 SK 시총은 570조원에서 520조원으로 50조원가량 감소했으며, 지난달 현대자동차와의 시총 200조원 선취 대결에서 승리했던 LG(197조원→182조원) 역시 위축을 면치 못했다. 이밖에 HD현대(168조원→146조원), 한화(132조원→109조원), 두산(89조원→76조원) 등 그룹 시총 상위 7대 기업이 한 달 새 증발한 시총만 143조원에 이른다.
이처럼 대형주들이 흔들리는 배경에는 외국인 이탈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주 중심의 매수세로 코스피 랠리를 주도했던 외국인이 대규모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지난달 이후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5조8000억원을 순매도 중인 가운데 SK하이닉스(9조5760억원), 삼성전자(2조5800억원), 두산에너빌리티(1조380억원) 등 대형 그룹주들의 매도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순매도 상위 10종목 중 대형 그룹사만 7곳에 이른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증권가에선 대형주 쏠림 현상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초대형주로 집중됐던 상승세가 저 밸류에이션 종목과 중·소형주로 확산하는 평균회귀가 일어나고 있다"며 "지난달 초 60일 전 대비 수익률 기준으로 26.4%포인트까지 벌어졌던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수익률 차는 최근 14.8%포인트까지 좁아지고 있고, 여전히 더 축소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코스피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이 3분기 이후 꾸준히 상향 조정 중인 점은 대형주들에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코스피 영업이익은 78조3000억원(전년 동기 대비 63.8%), 당기순이익은 56조2000억원(126.2%)으로 추산된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가 2400에서 시작해 4000까지 올랐지만 연초 대비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29%에 달하는데 이는 경기가 전체적으로 반등한 게 아니라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일부 산업에 한정됐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주가가 100배 오를 주식을 찾기 위해선 2020년의 HD현대일렉트릭처럼 현재 업황의 저점을 지나고 있고 앞으로 턴어라운드(실적 반등)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