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요격체계 이번엔 지상 무인기 정조준[양낙규의 Defence Club]

LIG넥스원, 근접방어무기체계 CIWS 국산화 성공
발전소 등 국가주요시설 보호 위한 지상용 개발 필요

2019년 9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 쿠라이스 유전 등 2곳을 공격했다. 공격수단은 자폭형 드론 10대가 전부였다. 성과는 컸다. 당일 국제유가는 요동쳤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10% 넘게 급등했다.

CIWS는 적 미사일이나 항공기, 무인기 등이 근접한 상황에서 이를 요격해 함정을 방어하는 무기체계다. 사진= LIG넥스원.

우리 군 당국도 촉각을 세웠다. 2014년 파주·백령도·삼척에서 북한 소형 무인기가 잇따라 발견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후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인근과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 인근에서 드론 추정 소형 비행체가 출현하는 등 드론에 의한 테러 가능성은 커졌다. 군사전문가들은 다수의 드론이 공격해 올 경우 벌컨포 등 대공 방어체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사실상 무방비라는 의미다. 국내 방산기업인 LIG넥스원이 개발한 국산 근접방어무기체계(CIWS-II)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CIWS-II의 성능을 보기 위해 LIG넥스원 구미공장을 찾았다.

CIWS는 적 미사일이나 항공기, 무인기 등이 근접한 상황에서 이를 요격해 함정을 방어하는 무기체계다. 장거리 함대공 미사일 등이 요격에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해 최종 방어선을 담당하는 '함정의 마지막 방패'로 불린다. CIWS가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제3차 중동전 때부터다. 이집트 해군인 코마급 미사일 고속정 편대가 1967년 10월 21일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북쪽 끝에 위치한 포트사이드항 인근에서 이스라엘 구축함 에일라트함을 향해 4발의 스틱스(Styx) 함대함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스라엘 구축함에 방어 수단은 없었다. 속절없이 당했다. 승무원 190명 중 47명 전사, 41명 부상을 입었다. 이를 본 네덜란드 탈레스사와 미국 레이시온사가 방어무기 개발에 나섰다. 각각 근접방어무기체계 '골키퍼(Goalkeeper)'와 '팔랭스(Phalanx)'를 만들었다. 근접방어무기 세계시장을 독점하기 시작했다.

우리 해군 함정에도 이들 CIWS 45여문 정도를 장착했다. 문제는 네덜란드 탈레스사는 생산성을 이유로 골키퍼 생산을 포기하면서부터다. 우리 해군에 장착한 골키퍼는 성능 개량과 유지보수,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부품단가도 올랐다. 총포를 움직이는 구동모터 가격은 6억에서 20억으로 3배 이상 올랐다. 국산화가 시급했다. 정부는 2021년 총 3500억원을 투입해 근접방어무기체계 국산화 사업에 착수했고 체계개발 업체로 LIG넥스원을 결정했다. 국내 유일의 30mm 골키퍼 창정비 사업 경험을 통해 확보한 전문 인력과 전용 정비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2027년까지 체계개발을 완료하고 2030년까지 실전 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외 직도입 CIWS 정비, 부품 수급 어려움

골키퍼와 팰렁스가 생산하는 근접방어무기체계는 CIWS-Ⅰ이라 부른다. 1세대란 의미다. LIG넥스원이 개발한 2세대 모델인 CIWS-II는 순수 국산 모델이다. 해외에서 개발된 CIWS-Ⅰ은 이미 50여년 전에 개발된 모델로 국산화된 CIWS-II와 시스템에서 큰 차이가 난다. 우선 레이다다. 기존 팔랑스와 골키퍼는 기계식 레이더를 장착했다.

반면, CIWS-Ⅱ는 능동위상배열 레이다(AESA Radar)로 마하 3 이상의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정확하게 탐지하고 추적해 파괴할 수 있다. 초음속 미사일과 아음속 위협에도 대응이 가능하다. 기계식레이더가 1초에 1번의 정보를 얻는다면, 능동위상배열레이다는 1초에 10번의 정보를 얻는다. 여기에 전자광학추적장비(EOTS)까지 장착했다. CIWS-Ⅰ의 EOTS는 목표물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면 CIWS-II는 레이더의 보조 센서로 활용해 표적을 더욱 정확하게 추적한다. 우리 군은 CIWS-II가 개발되는 대로 한국형 차기 호위함(FFX-Ⅲ)을 시작으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과 경항공모함(CVX) 등에 탑재할 예정이다.

CIWS-II는 함정용 외에도 지상용까지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사진=LIG넥스원.

LIG넥스원 구미공장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니 실제 만들어진 CIWS-II가 눈에 들어왔다. 함 요동(Ship Motion) 모의 장치 위에 설치된 CIWS-II의 높이만 7m에 달했다. 함 요동 모의 장치는 실제 함정이 거친 파도 위에서 겪는 복합적인 흔들림을 지상에서 그대로 재현하는 장비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이 장치는 '해상 상태 5(Sea State 5)' 이상, 즉 태풍이 부는 수준의 격렬한 파도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CIWS-II는 이 위에서 쉴 새 없이 피칭(앞뒤 흔들림)과 롤링(좌우 흔들림)을 겪으면서도 목표물을 놓치지 않는 안정화 성능을 검증받는다"고 설명했다.

해상환경 그대로 재현한 지상 시험

CIWS-II는 시험장 건너편 낙동강 너머에 '비콘 타워(Beacon Tower)'에서 발사하는 가상의 '모의 표적 신호'를 잡아내는 것부터 시작한다. 실제 대함 미사일이나 드론이 내뿜는 레이더 반사 특성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함 요동 모의 장치 위에서 격렬하게 흔들리는 CIWS-II가 흔들리는 배 위에서 흔들리지 않는 눈과 팔다리를 갖췄는지를 최종 시험하는 셈이다. 김상현 개발팀장은 "CIWS-II는 탄약, 포, 사격통제장치, 레이다 등이 합해진 종합예술 무기"라며 "다양한 무기가 결합한 만큼 여러 시험평가는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CIWS-II는 함정용 외에도 지상용까지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팔랑스도 이미 지상형을 개발했다. 이라크 반군의 박격포탄을 격추하는 'C-RAM'(Counter Rocket, Artillery, and Mortar)이 대표적이다. 이름 그대로 로켓과 곡사포, 박격포 등을 요격하는 장비다. 군 안팎에서도 지상용 CIWS-II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스라엘이 90% 이상의 요격률을 자랑하는 아이언 돔(Iron Dome)이 하마스가 발사한 5000여발의 로켓을 방어하지 못하면서 우려가 제기됐다.

북 장사정포 요격 대비한 지상형 필요성 대두

우리 군은 '한국형 아이언 돔'으로 불리는 장사정포요격체계(LAMD)를 2026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LAMD를 수십기 배치해 240mm, 300mm 북한 장사정포를 요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군사분계선(MDL) 인근 북측지역에는 시간당 1만6000여발의 포탄을 발사할 수 있는 1000여 문의 각종 포가 배치돼 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퍼부을 경우 추가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발전소 등 국가주요시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상용 CIWS-II 500여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성표 CIWS-Ⅱ 개발단장은 "올해부터 60억원을 투입해 수출과 지상형 개발을 위한 비용 절감, 기술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IT부 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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