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케미칼 '여천NCC 90만t급 NCC 감축까지 검토'

여천NCC, 지난 12일 원료공급계약 마쳐
"정부 석유화학 재편 방향에 전면 동의"
"고용 안정 약속…내부 재배치 우선 검토"

DL케미칼이 여천NCC 구조재편 과정에서 에틸렌 45만톤(t) 규모의 3공장 외에 90만t 규모의 대형 나프타분해시설(NCC) 1기를 추가 폐쇄하는 내용의 감축 시나리오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여천NCC, 공동 주주사인 한화솔루션과 1년여간 이어진 원료가격 협상이 마무리되자 논의 초점을 '가격 문제'에서 '생산능력 자체 감축'으로 옮긴 것이다.

DL케미칼 여수 공장 전경. DL케미칼

DL케미칼은 15일 "정부가 추진 중인 석유화학 구조재편 방향에 전면 동의한다"며 "NCC 생산능력 감축을 전제로 주주사 포트폴리오와 다운스트림 사업까지 포함한 구조개편을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이어 "NCC 생산능력 감축 옵션에 따라서는 3공장보다 규모가 큰 대형 공장 1기를 셧다운하는 게 수익성 측면에서 더 합리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입장은 DL케미칼이 여천NCC에 대한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나왔다. 지난 12일 여천NCC가 DL케미칼·한화솔루션과의 원료공급계약을 체결한 후 처음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동안 여천NCC의 구조조정 논의는 에틸렌 47만t 규모의 3공장 폐쇄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가동 중단 설비를 기준으로 인력 재배치와 조직 슬림화, 원가 절감 방안 등이 검토돼 왔지만, 최근 들어 기준선이 한 단계 더 내려갔다.

여천NCC는 현재 ▲1공장 90만t ▲2공장 91만5000t ▲3공장 47만t 등 총 3기의 NCC를 보유하고 있다. DL케미칼은 이러한 판단의 배경으로 여천NCC의 원가 구조 악화를 들었다. 회사 측은 "2025년 실적이 최초 경영계획(BEP 수준) 대비 약 3000억원 이상 악화했다"며 "원가 보전과 생산능력 감축을 동시에 추진하지 않으면 추가 재무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DL케미칼은 NCC 감축 이후를 전제로 한 다운스트림 구조조정도 병행할 계획이다. 수익성이 낮고 구조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품군은 단계적으로 정리하고, 일부 설비는 고부가 제품 생산으로 전환한다.

고용과 재무 책임 역시 주주사가 직접 부담하겠다는 입장이다. DL케미칼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잉여 인력은 내부 재배치를 우선 검토하고, 추가 인력이 발생하더라도 최대한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자구 노력 이후에도 시황 악화로 여천NCC에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경우, 주주로서 추가 금융 지원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종현 DL케미칼 부회장은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지 않겠다"며 "다운스트림 재편, 고용과 재무 안정까지 주주사가 책임지는 구조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여천NCC 대주주인 한화측과의 협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정부 주도 사업재편 과정에서 여러 안을 놓고 검토 중인 상황"이라며 "DL케미칼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여수산단 내 동향을 살피겠다"고 말했다.

산업IT부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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