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이번 주 미국 월가의 시선은 소비, 고용, 물가 등 일제히 발표되는 거시경제 지표에 집중되고 있다. 연방정부 셧다운(Shutdown·일시적 업무정지) 여파로 통계 수집이 제한되면서 미국 경제의 현 흐름을 가늠하는 데 공백이 있었던 만큼, 이번 지표들은 그간의 불확실성을 일정 부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미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16일 11월 고용 보고서를 발표한다.
시장 전망치(금융정보업체 모닝스타 집계)에 따르면 11월 비농업 고용은 4만명 증가하고, 실업률은 4.4%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9월 비농업 고용 증가폭(11만9000명)과 비교해 상당한 둔화다. 다만 10월 고용 지표 역시 셧다운 여파로 발표되지 못했던 만큼, 이번 수치에는 일부 월별 변동성이 반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고용 지표 전반에서는 불안 신호가 감지된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채용 건수는 514만9000건(고용률 3.2%)으로, 전월(536만7000건·3.4%)보다 감소했다. 반면 해고 건수는 185만4000건(해고율 1.2%)으로 전월(178만1000건·1.1%) 대비 늘어나며 2023년 초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같은 고용 흐름은 관세 정책과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들이 신규 채용에 보다 신중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10월에 이어 이달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배경 중 하나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실업률이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노동시장이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고 판단하기엔 추가 지표 확인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물가 지표는 다시 상승 압력이 확대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18일 발표될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근원 CPI는 모두 전년 대비 3.1%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9월에 두 지표 모두 3.0% 오른 것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상승폭이 소폭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물가 흐름은 Fed 내부에서 고용 안정과 물가 억제 중 정책 우선순위를 둘러싼 논쟁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베스 헤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12일 인플레이션 압력을 경계하며 긴축적 금리 수준을 유지할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미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Fed 인사들 사이에서 추가 인하론과 동결론이 팽팽하게 맞서 단기적으로 정책 방향이 급선회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이 이어질 경우 국채 수익률에 추가적인 상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용과 물가가 엇갈린 신호를 보내는 가운데 소비 흐름이 미국 경기의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16일 나올 11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1% 증가가 예상된다. 9월의 0.2% 증가에 이어 소비가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갈지, 아니면 둔화 국면에 접어들지가 관건이다.
이 밖에도 16일에는 S&P의 12월 글로벌 제조업·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18일에는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19일에는 11월 기존주택판매 지표가 발표된다. 잇단 지표 공개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고용·주택 경기 전반을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이번에 발표되는 고용·물가 통계들은 셧다운 여파로 일부 수집 항목이 누락되는 등 불완전하다는 한계가 있어, 단일 지표보다는 추세 중심의 해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울러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스티븐 마이런 Fed 이사와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의 공개 발언도 예정돼 있어 향후 경기 판단과 통화정책 경로를 둘러싼 Fed 내부의 온도차를 가늠할 추가적인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