뮬라·뉴넥스·발란 등 회생 난항 장기화…연내 M&A '불투명'

고금리·업황 악화에 미래 가치 불확실
법인 회생 사상 최대치인데
M&A 지연 속 '청산 리스크' 고조

뮬라, 발란, 뉴넥스 등 한때 시장을 선도했던 K패션·유통 플랫폼 기업들의 연내 인수합병(M&A) 성사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회생 M&A 과정의 난항이 장기화하며 청산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뮬라, 원매자 無…발란·뉴넥스, '절차 지연'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애슬레저 브랜드 '뮬라웨어' 운영사 뮬라에 대한 인수의향서(LOI) 접수가 진행됐으나 제출한 기업이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뮬라웨어는 2011년 설립돼 '안다르' '젝시믹스'와 함께 3대 애슬레저 브랜드로 불렸지만 업계 경쟁 심화와 지속된 적자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지난 1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우선협상대상자와 조건부 인수계약을 맺은 뒤 공개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M&A가 추진되고 있지만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연내 매각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패션 플랫폼 '브랜디'를 운영하는 뉴넥스 역시 회생 절차 지연을 겪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뉴넥스에 대한 회생채권·회생담보권의 조사 기간을 한 달가량 연기했으며 회생계획안 제출 기간도 내년 1월5일에서 23일로 변경했다. 회생계획안 제출 시기가 늦춰지면서 경영 불확실성은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지난 4월 회생 절차를 개시한 명품 플랫폼 발란의 경우 기업회생절차의 최종 관문 관계인 집회가 번번이 연기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회생법원은 당초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관계인 집회 기일을 내년 1월15일로 재변경했다. 앞서서도 한 차례 연기(지난 11월20일→이달 18일)가 있었다. 관계인 집회는 회생계획안에 대해 채권자 및 주주 등 이해관계인들의 동의를 얻는 절차로, 관계인 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인가되면 발란의 회생 절차는 종결된다. 현재 '아시아 어드바이저스 코리아(AAK)'가 인수를 추진 중인 발란은 관계인 집회 연기로 회생 '조기 졸업'이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고금리·경기 침체 장기화로 M&A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이들 기업의 투자 매력이 현저히 하락한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법인회생·파산 전문 이정엽 법무법인 로집사 대표변호사는 "패션·유통 플랫폼 분야는 업계 경쟁 심화와 소비 위축으로 사업 환경이 불안정하고 막대한 마케팅 비용 대비 수익 모델이 취약하다"며 "잠재적 인수자들이 미래 가치에 비해 당장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높다고 판단하면서 딜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매물은 늘어도 주인 못 찾아

현재 법인 회생을 신청하는 기업 수가 급증하면서 M&A 시장에 나오는 매물 역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1월에서 10월까지 법인회생 신청 건수는 1092건으로 전년 동기(879건) 대비 24%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신청건수(1094건)에 근접하는 수치로 재작년과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새 주인을 찾지 못한 매물은 시장에 쌓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안마기 제조업체 휴테크산업은 올해 3월 자회사 휴앤과 함께 매물로 나왔으나 매각에 실패해 재매각에 나섰으며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솔루션 전문 기업 실크로드소프트도 두 차례 공개매각 추진에도 투자자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변호사는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기업은 자연스럽게 청산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며 "최후 방안으로 동일 종류의 여러 기업을 묶어 일괄 인수하는 방안도 시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자본시장부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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