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열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KTX 마일리지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겉보기에는 기존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외부 용역인데 코레일과 SR의 통합에 따른 회원제도 도입 방안, 시나리오 단계별 이행 로드맵 등을 제시하도록 했다. 정부에서도 'KTX와 SRT 운영체계를 통합한다'는 방침만 내놨을 뿐이고 SR 노조 등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인데 섣부른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코레일이 12일 접수를 시작한 '고객중심 철도서비스 개선·회원제도 개편방안 용역' 제안서를 보면 이번 제도 개편은 회원 등급을 나누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코레일은 "이용빈도, 금액, 기여도 등을 통합적으로 고려해 적정한 다차원적 등급 기준을 설정하고 실효성 있는 등급별 차별화 혜택을 개발"한다면서 고객관계관리(CRM) 기반 회원 등급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내용을 연구용역 결과에 포함하도록 요구했다.
서울 강남구 수서역 SRT 승강장에 열차가 정차해있다. 연합뉴스
이 밖에 이번 용역을 진행하면서 통합회원제도 도입 방안, 시나리오 단계별 이행 로드맵도 제시해줄 것을 주문했다. 마일리지 운영을 개선하는 방안, 연합회원을 관리할 체계를 설계해주는 내용도 포함했다.
코레일은 이번 용역을 발주한 배경으로 "고속철도 운송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고객 충성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항공 등 국내외 다른 교통수단에서 회원제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비교하고 벤치마킹할 부분이 있다면 적절히 적용할 방침이다
정부가 이제서야 겨우 고속철도 통합 로드맵을 내놓은 상황인데 정부의 일정보다 한참 앞선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난 8일에서야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선 운영·후 기관 통합' 내용을 담은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통합의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르게 추진하고 있어 우려가 된다"는 지적이 철도업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통합 대상인 SR은 마일리지 제도가 없다. 마일리지 제도와 연동해야 할 운임도 정해진 바가 없다. 국토부는 운임 체계를 포함해 통합으로 인한 좌석증대 규모가 어느 정도 수준일지를 추후 관련 연구용역을 거쳐 살펴보기로 한 상황이다. 다만 용역은 아직 발주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 10월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에서 열린 철도 노동자 총력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고속철도 통합 등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코레일의 섣부른 통합 작업에 부처 안팎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특히 통합으로 인한 좌석 증가나 운임 인하 여력을 제시한 부분이 문제다. 코레일은 KTX·SRT 통합운영으로 경부선 1만127석, 호남선 4684석 등 총 1만6690석이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운행거리 증대에 따른 안전점검 등을 따지지 않고 단순 합산한 수치로 이를 면밀하게 따져보기 위해서는 실제 열차를 시범운행 하면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중복비용을 줄여 운임을 10% 낮출 여력이 생긴다'는 코레일 쪽 주장도 근거가 부족하다. 코레일은 그간 노후차량 교체 비용 등을 위해 운임을 17%가량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코레일은 공사로 출범한 초창기부터 대부분 연간 순손실을 기록했고 누적 부채는 21조원이 넘는 수준이다. 국토부 역시 운임 인하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