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훈기자
추석 연휴와 출장 기간 흐트러졌던 다이어트 리듬을 되찾은 건 '운동' 덕이었다. 밤마다 여러 번 깨던 아기가 어느 날부터 통잠을 자기 시작하면서, 저녁에 여유가 생겼다. 이전까지는 하루를 버티는 것만으로도 지쳐 침대에 쓰러지기 일쑤였지만, 통잠 덕분에 저녁 시간 1~2시간을 헬스장에서 보낼 수 있었다. 마운자로가 식욕의 볼륨을 낮춰주었다면, 운동은 흐트러진 생활 리듬을 다시 박자에 맞게 끼워 넣는 도구였다.
처음 선택한 루틴은 가장 기초적인 전신 운동이었다. 레그 프레스로 하체를 쓰고, 랫풀다운으로 등을 당기고, 체스트 프레스로 상체 앞쪽을 자극한 뒤, 플랭크로 코어를 버티는 식이다. 근력운동을 돌린 뒤에는 러닝머신이나 고정식 자전거를 이용해 20~30분 정도 유산소를 붙였다. '몸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피곤한 날에도 어떻게든 소화할 수 있는 최소 세트를 만들자는 생각이 앞섰다. 중요했던 건 운동의 퀄리티보다 '저녁 1~2시간을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시간으로 만든다'는 패턴 자체였다.
'마운자로 리포트' 자문을 맡은 박경민 성수멜팅의원 원장은 비만치료제 투여 환자들의 운동 원칙에 대해 "주 3-5회 1회 30분 정도 권장한다"며 "첫 1-2개월은 걷기, 고정식 자전거를 권한다. 무릎 부상 방지차원"이라고 말했다. 마운자로 투약 초기에는 관절 부담을 줄이면서도 숨이 조금 찰 정도의 저강도 유산소를 꾸준히 쌓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그는 이어 "3개월차부터는 고강도 운동 위주로 추천한다"며 "계단오르기 및 빠르게 걷기, 근력운동 중에서는 아령 들기 등을 주로 먼저 권하고 매주 10%내외로 점진적으로 증가시키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초반에는 걷기와 자전거로 리듬을 만들고, 이후에는 계단 오르기·속보·아령과 같은 고강도 유산소·근력운동의 비중을 서서히 키우라는 처방이다.
7~8주차 체성분 변화는 꾸준한 운동으로 무너졌던 리듬을 다시 되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9월 초 93.1㎏이었던 체중은 추석 연휴와 출장을 거치며 90~91㎏ 선에서 오르내리다가, 10월 하순~11월 초(7~8주차)에는 다시 89㎏대 후반에서 88.5㎏까지 내려갔다. 체지방량도 33㎏대 초·중반에서 31㎏대 초반으로 줄었다. 일별로 보면 수분 변화와 공복 상태에 따라 소폭의 출렁임이 있지만, 추세선을 그어보면 분명한 '재하락 구간'이다. 반대로 골격근량은 31~33㎏ 사이를 오르내리며 큰 폭의 손실 없이 유지됐다.
박 원장은 "마운자로를 맞으면서 고강도 운동을 병행한 연구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임상 경험상 운동이 추가 체중 감량을 약 1-2%정도 더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운자로 투약만으로는 1년간 약 15~20%, 운동을 병행하면 1년에 약 17%~22%정도"라고 말했다. 숫자만 보면 차이가 크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 체중으로 환산하면 의미 있는 격차다. 무엇보다 이 추가 감량분의 상당 부분이 지방 중심으로 빠져나간다는 점에서 체성분 측면에서는 더 큰 차이를 만든다.
비만치료제 투약시 운동이 체중감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박 원장은 "GIP(위 억제성 폴리펩타이드)는 지방 조직에서 지방 분해를 촉진하면서도 근육 단백질 합성을 상대적으로 보존, 골격근에서 인슐린 민감성을 선택적으로 개선한다"며 "체중 감량이 더 빠르지만, 체성분 구성이 더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임상 데이터에 대해서는 "마운자로 체중감소의 약 60-65%가 지방량, 위고비는 체중감소의 약 50-60%가 지방량으로 근육 손실은 두 약물 모두 발생하지만, 상대적 비율에서 차이가 난 바 있다"고 짚었다. 약물 자체가 지방을 더 많이 빼는 방향으로 작용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근육 손실은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박 원장은 "두 약물 모두 근육 손실은 불가피하므로, 근력 운동과 충분한 단백질 섭취(체중 ㎏당 1.2-1.5g)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