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영기자
태국 방콕 MRT(지하철) 열차 안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이 다른 승객의 팔에 혈액을 묻히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 승객은 "남성이 고의로 혈액을 묻힌 것 같다"고 주장하며 경찰에 신고했고, 현지 온라인상에서는 감염 위험을 둘러싼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태국 방콕의 지하철(MRT) 열차 안에서 정체불명의 남성이 승객의 팔에 피를 문지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페이스북 캡처
9일(현지시각) 태국 매체 더타이거에 따르면 30대 남성 A씨는 지난 8일 오전 7시30분쯤 MRT 논타부리 시립센터역에서 열차에 탑승했다. 이후 그는 갑자기 팔 쪽에서 끈적하고 축축한 느낌을 느꼈고, 곧이어 팔에 약 10㎝ 길이의 핏자국이 선명하게 묻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휴지나 물티슈가 없어 지갑에 있던 은행 송금 영수증으로 급히 혈흔을 닦아냈다는 그는 다음 역인 건강센터역에서 곧바로 내려 물과 알코올 스프레이로 팔을 여러 차례 닦아냈다고 한다. A씨는 병원에 방문해 혈액 검사를 받고 예방적 항레트로바이러스제까지 처방받았다고 밝혔다.
A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혈 직후나 의료 시술을 받고 난 사람의 피였을 수 있다고 생각도 해 봤지만, 그럼에도 누군가 의도적으로 내 팔에 혈액을 묻힌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극심한 불안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그는 혹시 모를 건강 문제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용의자를 찾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A씨는 해당 남성이 안경을 썼고 검은색과 흰색이 섞인 체크무늬 셔츠를 입었으며 배낭을 메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상황이 급박해 얼굴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A씨의 글은 현지 온라인상에서 급속히 확산했다. 일부 누리꾼은 "감염병 옮기려고 한 거다" "전국에 감염병 확산하는 거 아니냐" "의도적으로 묻힌 게 분명하다" "지하철도 무서워서 못 타겠다" 등 우려를 나타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본문과 무관. 픽사베이
A씨는 MRT 측에 폐쇄회로(CC)TV 확인을 요청했고, 현재 출발역 승강장과 통로 구역 영상을 확보한 상태다. 그는 "영상에서 용의자로 보이는 남성을 확인했지만, 그 남성의 옷이나 몸에서는 혈흔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며 "바늘이나 주사기 같은 위험 물품도 들고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출발역 CCTV에서 자신의 팔에는 탑승 전 혈흔이 없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고 했다. 다만 사건의 핵심인 '열차 내부 CCTV'는 관제센터의 추가 승인이 필요해 아직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사건은 지역 경찰서에 공식 접수된 상태로, MRT 운영사와 경찰이 CCTV 추가 확보 및 용의자 특정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A씨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혹시 모를 감염 위험 때문에 일상생활 자체가 불안하다"며 "비슷한 일을 겪으면 주저하지 말고 즉시 상대에게 확인을 요청하거나 주변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