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동우기자
아시아개발은행(ADB)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0.9%로 제시하며 9월 전망치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경기부양 조치에 따른 소비 진작, 글로벌 반도체 수요 확대, 관세협상 타결에 따른 불확실성 완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ADB는 10일 발표한 '2025년 12월 아시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0.9%, 2026년 1.7%로 제시했다. 두 수치 모두 지난 9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앞서 ADB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지난 4월 1.5%로 전망한 데 이어 7월 0.8%로 무려 0.7%포인트 하향한 후, 9월 0.8%를 유지한 바 있다. ADB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소폭 상승 전망한 배경에는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 효과,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조 등을 꼽았다.
다만 부동산시장 약세, 글로벌 무역 둔화, 지정학적 긴장 재확산 등 하방 위험은 여전히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예외 없는 25% 관세 부과 포고문에 서명한데 이어 자동차와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 부과도 검토중이라고 밝힌 가운데 13일 경기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선적 대기하고 있다. 2025.2.13. 강진형 기자
한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일제히 조정됐다. ADB는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을 각각 2.1%로 제시했는데, 이는 9월 대비 0.2%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올해에는 식료품과 국제유가 상승 영향이 반영됐고, 내년에는 유류세 보조금 축소 및 원화 가치 약세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달리 아시아·태평양 지역 성장 전망은 더 큰 폭으로 상향됐다. ADB는 역내 올해 성장률을 5.1%로 전망했다. 이는 9월 전망보다 0.3%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특히 인도가 견조한 내수로 예상보다 높은 성장을 기록했고, 고소득 기술 중심 수출국들의 수출 증가세가 유지되면서 전체 전망치가 상향됐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4.6%로 0.1%포인트 상향됐다. 다만 미국의 높은 관세와 세계 경기 둔화가 여전히 성장의 제약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물가 전망은 다소 낮아졌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올해 물가상승률은 9월 전망 대비 0.1%포인트 하향한 1.6%를 제시했다. 인도의 식료품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낮아진 영향이다.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은 2.1%로 유지됐다.
아시아 주요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베트남 7.4%와 6.4%, 대만 7.3%와 4.0%, 인도 7.2%와 6.5%, 인도네시아 5.0%와 5.1%, 중국 4.8%와 4.3%, 말레이시아 4.5%와 4.3% 등으로 대부분 한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일본은 올해 1.1%, 내년 0.6%다.
ADB는 "무역협정 체결 이후 무역 불확실성이 완화된 점이 반영됐지만, 높은 관세 장벽에 따른 세계 경제활동 약화로 경제성장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