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영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AFP연합뉴스
마약 카르텔 소탕을 명분 삼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압박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그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2일 베네수엘라 본토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공격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일주일 만에 다시 경고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마두로 대통령 축출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에 대해 답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이같이 밝혔다. 이날 인터뷰는 폴리티코가 정한 '유럽을 움직이는 28명(POLITICO 28)'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위에 오르면서 성사됐다.
베네수엘라로의 지상군 투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렇게 할지, 배제할지 말하고 싶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에서의 목표로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것을 꼽으며 "그들은 마두로에게 끔찍한 대우를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을 향해 고강도 압박을 이어왔다. 석유 수출길 차단을 비롯한 경제 제재를 유지하면서 베네수엘라 연안 인근에서 '마약 운반선'이라고 판단한 선박을 공격해 최소 83명을 숨지게 했다. 지난 2일 내각회의에서는 "우리는 이런 공습을 지상에서도 하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군사 작전의 본토 확대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마두로 대통령 역시 '즉각 사임 및 망명'을 포함한 미국 측 최후통첩을 거부했다고 미 일간 마이애미헤럴드가 지난 1일 보도한 바 있다. 마두로는 그와 측근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세계 어디에서도 처벌받지 않도록 보장하는 '글로벌 사면'과 군부 통제권 유지를 요구했으나 미국은 이를 즉각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요구할 것이란 방침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취임 후 대대적인 금리 인하 요구를 해왔으나 파월 의장이 수용하지 않자 공개적으로 대립각을 세워왔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로,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의 경제 고문'으로 불리는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적인 금리 인하가 의장을 지명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검증 기준)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현재 의장(제롬 파월)도 그래야 한다"며 "하지만 그(파월 의장)은 똑똑하지도 않고 나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내가 그가 일을 잘 못 한다며 세게 비판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관세 면제 조치가 있을지에 대해 "일부는 그렇고, 일부는 관세를 올릴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관세 정책 덕분에 자동차 기업들이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물가 안정을 위해 커피, 바나나, 소고기 등에 대한 상호관세 면제를 발표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문제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생활비 부담(affordability)에 대해 타령만 할 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고(高)물가를 초래한 건 그들이며, 나는 물가를 낮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인 미국의 동맹국인 유럽 국가들에 대해 이민 정책에서 실패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쇠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럽 국가 지도자들에 대해선 "너무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보이려고 하는 것 같다"며 "바로 그것이 그들을 나약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자체 취재와 전문가 분석 등을 반영해 내년에 유럽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인물 28명을 선정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인터뷰는 이를 계기로 전날 백악관에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