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新 수익원]스트리밍 타고 세계 휩쓸어도 '1곡에 7원'

②수익 배분 65:35…창작자 수령 0.7원
프로라타 모델 정산 상위권 집중 심화
방송·OTT 사용료 격차 속 정산 분쟁

저작권료는 늘었지만, 창작자의 몫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스트리밍이 음악 산업의 중심이 된 지금, 창작자가 피땀 흘려 만든 작품이 정당한 대가 없이 소비되는 구조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상에서 한국 창작자의 권리를 지키지 못한다면, 향후 10년 음악 산업의 경쟁력 또한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음악은 팔리는데 창작자는 빈손= 15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월정액 스트리밍 이용권 기준으로 한 곡이 재생될 때 발생하는 금액은 약 7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2원대 중반은 플랫폼 수수료로 빠지고, 4원대 중반이 권리자 몫으로 배분된다.

국내 온라인 음원 서비스의 정산 구조는 문체부의 '음원 전송 사용료 징수 규정'을 따른다. 스트리밍 수익의 35%는 플랫폼, 65%는 권리자에게 돌아가도록 고시돼 있다. 권리자 몫 65%도 다시 세부적으로 나뉜다. 저작권자(작곡·작사) 10.5%, 실연자(가수·연주자) 6.25%, 음반 제작·유통사 48.25%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곡당 7원 중 작곡·작사가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약 0.7원, 가수·연주자는 0.4원대 초반에 그친다. 나머지 3원대 중반은 음반 제작·유통사 몫이다. 여기에 결제 수수료, 인앱 결제 수수료, 유통 수수료 등이 추가로 차감되면서 실제로는 플랫폼과 유통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지고, 권리자의 실수령액은 더 줄어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윤일상 작곡가는 "국내 스트리밍 수익 배분 구조는 해외 주요 시장과 비교해 창작자 몫이 적다"며 "장기적으로는 곡당 단가와 분배 구조를 함께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스트리밍 정산은 대부분 '프로라타(pro-rata)'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체 이용자의 지불 금액과 전체 재생 수를 하나의 풀(pool)로 합산한 뒤, 각 곡의 재생 점유율에 따라 나누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인기곡이 재생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수록 중·하위권 곡들의 몫은 줄어들고, 수익이 상위 아티스트에 집중되는 현상이 고착된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녹음 음악 시장에서 스트리밍이 차지한 매출 비중은 약 69%에 달했다. 영국 가디언은 상위 1% 트랙이 전체 스트리밍의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도 멜론·지니 등 주요 플랫폼 차트 상위권이 전체 스트리밍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창작자 중심 정산 방식 도입 필요= 이 같은 구조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유저 중심(user-centric)' 정산 방식이 논의된다. 전체 이용자 요금을 한데 모으는 대신, 각 이용자가 낸 구독료를 자신이 실제로 들은 아티스트에게만 배분하는 방식이다. 프랑스 스트리밍 서비스 디저(Deezer)는 2023년 이를 공식 도입했고, 유니버설뮤직과 워너뮤직 등 대형 레이블도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바이브가 2020년 '내돈내듣' 방식을 도입해, 특정 이용자가 한 곡만 반복 재생해도 해당 아티스트에게 이용료 대부분이 돌아가도록 설계했지만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지는 못했다.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관계자는 "정산 방식의 다양화는 바람직하지만, 산업 전체의 표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와의 단순 비교에도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과 유럽은 스트리밍 수익에서 권리자 몫이 통상 70% 안팎으로 국내(65%)보다 높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높은 월 구독료와 광고 단가를 전제로 한 구조다. 반대로 신흥 시장은 구독료와 유료 가입 비율이 낮아 동일한 재생량이라도 매출 풀 자체가 작고, 이로 인해 절대 단가가 떨어진다. 창작자 단체들이 배분 비율뿐 아니라 시장별 매출 규모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방송 음악 사용료 구조의 격차도 크다. 미국 ASCAP은 전체 징수액 중 방송 사용료 비중이 57%, 프랑스 SACEM은 35%, 일본 JASRAC은 26% 수준인 반면, 한국은 약 15%에 그친다는 지적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에서 나온다. 방송사들은 "방송 산업 성장 정체와 광고 시장 둔화로 요율 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저작권 단체들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음악은 사실상 필수 요소임에도 사용료는 10년 넘게 동결돼 왔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정산 갈등은 방송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부문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음저협에 따르면 지상파·케이블 방송에서 음악 한 곡을 1회 사용할 때 저작권자에게 지급되는 금액은 약 0.0007원에 불과하다. 같은 곡을 주문형 스트리밍(VOD)에 사용하면 1.4원, OTT 플랫폼에서는 0.051원이 지급된다. 방송 단가는 VOD보다 70배, 스트리밍보다 2000배 이상 낮은 셈이다.

◆국내외 '플랫폼 갈등' 풀어야 할 숙제= 문체부는 2020년 12월 음저협이 제출한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안을 수정 승인해 OTT 영상물 전송 서비스에 대한 음악 사용료 요율을 신설했다. 이에 반발한 웨이브·티빙·왓챠 등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2024년까지 정부와 음저협의 손을 들어줬다.

국내 저작권 관리 단체와 플랫폼 간 갈등은 소송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음저협이 방송사에 음악 사용료를 과다 청구해 경쟁 단체의 징수를 어렵게 했다며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최근에는 유튜브에서 발생한 1000억 원대 '레지듀얼 사용료'를 둘러싸고 음저협과 함께하는음악저작권협회가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 공정위 신고 등을 잇달아 제기하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상 역시 풀어야 할 과제다. 한 대형 레이블 관계자는 "거대 플랫폼이 수수료와 분배 비율에서 우위를 점한 상황에서 개별 레이블과 창작자는 사실상 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플랫폼 측은 "막대한 인프라 투자와 마케팅 비용, 불법 복제 방지와 서비스 운영 비용을 고려하면 현재 구조도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한다.

음저협 관계자는 "창작자들이 피땀 흘려 만든 작품이 정당한 대가 없이 사용되는 현실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며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상에서 한국 창작자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협회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정산 데이터와 기준을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단체와 플랫폼 간 교차 검증이 가능해야 신뢰가 회복된다"고 입을 모은다.

실연자 단체 관계자는 "저작권료 증가는 산업 전체로 보면 긍정적인 신호지만, 실질적인 분배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다수 창작자의 생활 안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성장의 과실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가 향후 10년 음악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스포츠팀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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