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만 딸기 가격 20%↓…올해는 '금딸기' 없다

시설재배 확대로 공급 정상화
디저트 업계 "원가 부담 한숨 돌려"
일부 소비자가는 여전히 상승

딸기 가격이 12월 들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며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폭염·장마로 모종 정식이 늦어지고 출하량이 크게 감소했던 영향으로 '금(金)딸기'라는 말까지 돌았지만, 올해는 생산과 공급이 비교적 원활하게 이뤄지며 같은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말로 갈수록 딸기 소비가 집중되는 계절적 특성이 존재하지만, 시장에서는 올해 겨울 수급 여건이 큰 무리 없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전국 도매시장에서 딸기 1kg은 1만6265.5원에 거래됐다. 이달 초 1만8000원대에서 빠르게 하락해 최근엔 1만5000원대까지 내려가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농수산식품공사 유통정보에서도 가락시장에서 2kg 상자 기준 보통 등급 딸기 가격은 3만507원으로, 전년 동월(3만6224원) 대비 하락한 수준이다.

지난해엔 여름 폭염과 장마, 일조량 부족 등 기상 악화가 겹쳐 모종 정식이 늦어지면서 딸기 가격이 급등한 바 있다. 생육 회복 속도마저 더뎌지며 출하량이 평년 대비 크게 줄었고, 겨울철 수요 집중기와 맞물려 도매가·소매가 모두 상승했다. 이로 인해 겨울철 딸기 메뉴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는 디저트·음료 업계에서도 판매가를 일제히 인상하는 압력이 커졌다.

실제 디저트 카페 설빙은 지난해 시즌 메뉴인 '생딸기트리설빙'을 1만5500원에서 1만5900원으로 400원(2.6%) 인상했으며, 컴포즈커피도 '생딸기주스' 가격을 4200원에서 4300원으로 100원(2.4%) 인상했다. 폴 바셋도 '설향딸기' 메뉴들의 가격을 올렸고, 투썸플레이스는 크리스마스케이크 '스트로베리 요거트 트리' 가격을 6.7% 올린 바 있다.

반면, 올해는 시설재배 확대와 생산 안정화 흐름이 맞물리면서 공급 기반이 지난해보다 견실하다는 분석이 많다. 상반기 기상 변동성이 이어지긴 했지만, 농가 대부분이 시설재배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생육 회복과 출하 시기 관리가 이전보다 수월해졌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디저트·음료 업계는 한숨을 돌리고 있다. 겨울철 딸기는 디저트·음료 업계의 핵심 시즌 상품으로, 매년 연말이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동안 업계는 이 같은 수요 증가기마다 원물 가격이 불안정해 매출 확대보다 원가 부담을 먼저 우려해야 했지만, 올해는 공급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적어도 원가 리스크는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딸기 메뉴는 겨울철 매출 기여도가 높지만 원물 가격 변동성이 늘 변수였다"며 "올해는 가격 리스크가 크지 않아 판매 전략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비자 가격이 모두 내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설빙은 '생딸기 설빙'과 '순수요거생딸기 설빙'을 각각 400원 인상했고, 반얀트리·롯데호텔 등 호텔업계 역시 딸기 뷔페 가격을 3~28% 올렸다. 이는 도매가 안정과 별개로 지난해 급등한 원가의 후행 반영, 프리미엄 디저트 수요 확대에 따른 가격 정책, 브랜드별 마진 구조 조정 등 복합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12월부터 소비가 늘기 시작하지만 공급이 크게 불안정하지 않아 가격이 급격히 뛰는 구도는 아닐 것"이라며 "시즌 특수는 유지하되 '금딸기'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유통경제부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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