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인스타도 틱톡도 안돼요'…'480억 벌금' 불호령에 난리 난 호주

"SNS에서 청소년 구하라" 강력 규제
틱톡·인스타 16세미만 계정 차단
차단 안한 플랫폼엔 최대 480억 벌금
청소년·플랫폼 반발 vs 학부모·교육계는 '환영'

호주 정부가 오는 10일부터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보유를 전면 금지한 가운데 주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들이 계정 차단을 시작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은 메타가 16세 미만 호주 청소년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스레드 계정 차단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틱톡도 5일 성명을 내고 "법이 시행되는 날부터 해당 연령 청소년들의 기존 계정은 비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규제 대상인 청소년들에게는 계정 삭제 또는 16세가 됐을 때 틱톡 계정을 복구할 수 있도록 알림을 요청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다.

호주 정부가 오는 10일부터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보유를 전면 금지한 가운데 주요 SNS들이 계정 차단을 시작했다. 픽사베이

오는 10일부터 공식 발효되는 호주의 청소년 SNS 금지법에 따라 16세 미만 이용자 차단을 위한 조처를 하지 않은 SNS 플랫폼은 최대 480억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계정을 사용하거나 새로 만들려면 연령 확인을 거쳐야 한다. 사용자가 직접 생년월일을 입력하는 일반적 방식을 넘어 얼굴·음성 인식, 행동 기반 연령 추정 등 인증 방식이 대폭 강화될 예정이다. 다만 메신저인 왓츠앱이나 유튜브 키즈 등은 교육·아동용으로 분류돼 제외됐다.

호주 정부는 청소년들이 유해 콘텐츠나 온라인 성범죄, 사이버 괴롭힘 등에 노출되는 일이 급증하자 지난해 11월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계정 보유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호주 정부 산하 온라인 안전 규제 기관인 'e세이프티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10~15세 청소년 2600여명 가운데 70%가 온라인에서 ▲혐오 표현 ▲폭력적인 영상 ▲섭식 장애 혹은 자살 조장 콘텐츠 등을 접한 경험이 있었다.

'디지털 원주민'으로 자라온 청소년들의 반발은 거세다. 비영리단체 '디지털 자유 프로젝트'는 최근 2명의 청소년과 함께 호주 고등법원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냈다. 청소년에게도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의사소통의 자유가 있는데, 새 법안이 이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플랫폼 역시 반발이 거세다. 레이철 로드 유튜브 호주 공공정책 담당자는 "이번 졸속 규제는 유튜브의 특성과 호주 아동·청소년의 이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오해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이 법은 아이들을 온라인에서 더 안전하게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엑스(X·옛 트위터)와 레딧 등도 법안 이행을 거부했다.

반면 학부모와 교육계에선 해당 법안을 반기고 있다. 학부모단체 '힙스업얼라이언스'는 성명을 통해 "청소년의 일상과 정신 건강에 긍정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16세 미만 아이들은 현실 세계에 더 머물러야 한다"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호주의 실험이 전 세계로 퍼져나갈지도 주목받고 있다. 이미 영국과 프랑스, 덴마크, 노르웨이, 뉴질랜드, 스페인, 인도네시아 등도 유사한 규제 법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도 내년부터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SNS가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끼치는 위해가 심각하다는 연구 결과는 계속 보고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UCSF) 연구팀이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을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SNS 사용 시간이 하루 평균 7분에서 73분으로 늘어난 청소년은 우울 증상이 35% 증가했다. SNS의 기본 보상 작용인 좋아요·알림과 알고리즘 기반 추천 등이 청소년의 미숙한 충동 조절, 인정 욕구와 결합하면 성인보다 훨씬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는 설명이다.

이슈&트렌드팀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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