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지기자
내년 로봇 산업이 초기 양산기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로봇 부품 기업들의 수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권가 분석이 나왔다. 특히 한국에서는 현대차가 소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양산 준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관련 밸류체인이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5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로봇' 리포트를 통해 "2022~2025년 상반기까지 시제품 제작 등 기술 개발이 주를 이뤘던 로봇 산업이 이제 양산 및 상용화의 흐름으로 넘어가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테슬라, 피규어 AI 등 미국 로봇 기업과 유니트리, 유비텍 등 중국 로봇 기업이 모두 양산을 준비 중인 상황이다.
특히 중국 유비텍은 올해 2000억원 이상 양산 수주를 달성했으며, 올해 양산 인도 계획 가이던스를 300대에서 600~700대까지 지속 상향하고 있다. 또한, 월 400대 수준의 생산능력(CAPA)에 도달 중이다. 테슬라도 2026년 연간 100만대 규모의 양산 CAPA를 확보할 계획이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내년 여름부터 양산의 스케일업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양 연구원은 휴머노이드 양산과 관련해 로봇 공급망 관점에서 부품 기업들의 수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로봇의 '인지-판단-수행' 중 센서 및 칩, 배터리 등 인지, 판단을 위한 부품 수요가 증가하겠지만, 현 시점의 로봇은 아직 기능이 '수행' 중심인 만큼 내년까지는 액츄에이터와 액츄에이터 하위 요소 부품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유력 부품사인 일본의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즈도 최근 실적발표에서 내년에는 휴머노이드향 수주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긍정적인 가이드를 제시했다.
한국의 경우 보스턴다이내믹스 양산 준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는 2028년까지 미국에 연 3만대 규모의 양산 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며, 2030년까지의 국내 투자 계획에서 로봇 완성품 제조 및 파운드리 공장 건립 및 로봇 부품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도 공표한 상태다. 또한 내년 1월 CES에서의 로봇 기술 공개 기대감도 확산되는 중이다.
양 연구원은 공식적으로 현대모비스 등 그룹사도 양산 참여 의사를 밝힌 가운데, 언론 보도를 통해 기존 자동차 부품 협력사들의 준비 움직임 또한 확인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자동차와 로봇은 결국 '기계'의 카테고리에서 기술적 유사성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투자의 한 축으로 자동차 부품사들의 로봇 부품 참여에 대한 기대감은 유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로봇용 감속기 등 주로 로봇에서 활용돼 왔던 니치한 부품 분야에서는 전문 로봇 부품 기업과의 협업 가능성도 열려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연구원은 양산 스케일업 및 실적 전환은 보수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로봇 액츄에이터 가격을 100만원으로 가정할 때, 로봇 1만대당 약 3000억원 규모의 액츄에이터 매출 규모가 발생한다며, 로봇 양산과 수요의 매칭 여부는 중장기적으로 확인해가야 할 포인트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