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열기자
지난 3월 있었던 서울 강동구 명일동 땅꺼짐 사고는 쐐기형 불연속면, 하수관 누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간 도심에서 주로 발생한 일반적인 싱크홀과도 양상이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비슷한 사고를 막기 위해 공사 전후 조사 기준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박인준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한서대 교수)은 3일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심층 풍화대 내부에 있는 3개의 불연속면"이라며 "불연속면이 쐐기 모양으로 터널 위쪽에 있는 상황에서 지하수위 저하, 하수관 누수로 약해지면서 미끄러졌고 그 결과 설계하중을 초과하는 외력이 터널에 작용해 터널 붕괴, 땅꺼짐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암반이 다양한 작용에 의해 토양층으로 바뀌었는데, 서로 다른 토양층이 맞물리면서 역피라미드형 구조 형태로 지표면과 공사하는 터널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를 아래쪽 터널 공사를 맡은 시공사가 지반조사를 하면서 찾아내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터널 공사 지반조사의 경우 100m 간격으로 하는데 시공사인 대우건설에선 이를 촘촘히 살피기 위해 50m 간격으로 했다고 한다.
지난 3월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난 대형 땅꺼짐 사고 현장. 당시 사고로 한명이 숨지고 한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그런데도 불연속면이 그 사이에 있어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 통상적인 싱크홀은 지하수 유출이나 상·하수도관 누수로 인한 공동화를 원인으로 꼽는다. 그런 점에서 이번 명일동 사고는 일반적인 싱크홀과도 다른 형태라고 박 위원장은 설명했다.
여기에 2017년 세종~포천 고속도로 공사를 하면서 지하수위가 이미 19m가량 낮아졌고 지반 내 응력분포, 즉 외부 힘에 의한 지반의 저항력이 바뀐 상태였다. 사고 현장 인근의 하수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도 사고를 일으킨 간접 원인으로 지목됐다. 물이 새면서 지반이 연약해졌기 때문이다. 지하시설물 관리자인 강동구청이 2022년 하수관 실태조사를 했으나 균열·이음부 단차 등을 보수하지 않은 것으로 이번 조사 결과 드러났다.
대우건설은 터널 공사에서 주로 쓰는 신오스트리아터널공법(NATM, 나틈)을 이 현장에 적용했는데, 박 위원장은 이러한 공법이 도심에서 쓰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틈 공법은 암반에 구멍을 내고 폭발시켜 굴착 후 터널 벽면에 숏크리트(모래와 시멘트를 섞어 분사하는 방식)를 타설해가는 방법으로 주로 단단한 지반에 쓰인다. 이번 현장에서는 폭발 대신 기계를 활용해 파는 방식이 적용됐다. 시공사에서도 각종 보강조치를 취하면서 작업한 점을 확인했다. 다만 이러한 공법과 불연속면, 하수관 누수 등과 함께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사고로 이어졌다고 조사위는 파악했다.
박 위원장은 "이번 사고는 자연재해와 인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선진국에서는 한계가 분명한 나틈 공법을 도심지에서는 쓰지 않는다"면서 "경제적인 이유로 쓰고 있는데 그간의 연구 결과를 보면 도심지에서는 쓰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 땅꺼짐 사고 현장. 2025. 03. 25 윤동주 기자
사조위는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지반조사 간격을 축소하는 한편 1일 굴진 속도·굴진량을 시공계획서에 반영하도록 권고했다. 도심지 심층풍화대 구간에 터널보링머신 공법(TBM) 같은 비배수터널 방식으로 시공하는 방안도 권했다. TBM은 전용 굴착 장비를 활용해 굴진면을 토압·수압으로 밀폐해 지하수나 토사 유출을 막는 방식으로 지반굴착과 동시에 터널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통상 나틈 공법에 비해 50~100%가량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다.
아울러 지하시설물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지반탐사를 강화하고 굴착공사 인근 노후하수관 교체, 터널 내 지하수 성분조사, 관련기관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터널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심지 심층 풍화대 구간 3열 중첩 강관보강 그라우팅 공법을 적용하고 굴진면 평가체계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이러한 권고를 반영, 지반조사 설계기준을 개정해 도심지 비개착 터널공사 지반조사 기준을 신설하는 등 터널 공사 관련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누적 수위저하량 조치요령을 세분화하는 한편 굴착공사 시 사업자가 공사장 인근 지하시설물에 대해 굴착 전후 3개월 이내에 지반탐사를 하도록 명확히 규정할 방침이다. 도심지에서 심층풍화대 구간 터널을 시공할 때 상·하수관 등 지하시설물이 있으면 TBM 같이 강화된 터널보강 공법을 권고하는 방안도 재발방지책에 담았다.
정부와 사조위는 굴진면 측면전개도 작성 의무를 지키지 않은 점이나 특별점검을 거쳐 일부 보완점 등을 파악했으나 이번에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향후 경찰이나 지자체 차원에서 따질 예정이다. 김태병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사조위 조사 결과를 경찰,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즉시 통보해 행정처분이나 수사 등 엄정 조치를 요구하고 비슷한 사고를 막기 위해 제도개선방안을 조속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