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英 교과서는 미국 '중2' 수준, 정작 시험은 '대학 2학년'

정을호 의원·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전국 16개 高, 1학기 수학·영어 내신 분석
수학, 10개 중 2개 고난도 문제

상대평가로 치러지는 고등학교 내신 시험에서 변별력을 확보하겠다는 명목으로 '킬러문항(고난도 문항)'이 다수 출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시험에서 교과과정을 벗어난 문제들이 지속 출제될 경우, 사교육 의존도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선행학습을 유도하는 내신 평가 제도를 개편하고, 수능 출제 방향도 고교 교육과정에 부합하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한 초등학생이 학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강진형 기자

29일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16개 고등학교 1학년의 올 1학기 수학·영어 내신 기출문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 수학은 16개 고등학교 모두 교육과정을 벗어난 것으로 판정된 문제를 출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16개교의 수학시험 문제 총 370개 중 68개(18.4%) 문항이 교육과정을 벗어났다.

전국 16개 고등학교 1학년 2025년 1학기 내신 기출문제 중 수학 내신(1학기 중간고사)에서의 교육과정 미준수 문항 출제 비율. 정을호 의원·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교육과정 미준수 문항 판정 비율은 사교육 과열지구에서 특히 높았다.

강남구, 서초구 4개교의 평균 비율은 17.7%, 비사교육 과열지구인 구로구, 금천구 4개교의 평균 비율은 11.8%로 6%포인트 차이가 났다.

의대와 서울대 진학 실적이 높은 8개 학교는 25.2%, 자사고·특목고에 해당하는 8개 학교는 20.8%로 각각 평균을 상회했다. 특수성이 없는 일반고 3개교의 교육과정 미준수 문항 판정 비율은 11.1%였다.

영어의 경우, 16개 고등학교에서는 미국 중2 수준인 교과서로 학습하지만 내신 시험은 미국 고3 수준으로 치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16개 고교가 채택한 '공통영어Ⅰ' 교과서 8종의 최고 수준 평균은 미국 중2 수준이지만, 중간고사의 최고 수준 평균은 미국 고3 수준으로 내신 시험이 교과서보다 4개 학년 가량 수준이 높았다.

23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에 자리한 영어학원 외벽에 유치부, 초등부 영어 교육을 홍보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일부 학교는 교과서와 내신시험의 수준 차이가 6.76학년 나는 곳도 있었다.

B 고등학교는 교과서 최고 수준은 미국 중1(7.21학년)이었으나, 내신시험의 최고 수준은 대학 2학년(13.97학년) 수준이었다.

사교육 과열지구인 강남구, 서초구 4개교의 평균 수준은 8.89학년, 비사교육 과열지구 평균 수준은 7.63학년이었다. 최고 수준 역시 사교육 과열지구 4개교가 12.18학년으로, 비사교육 과열지구인 구로구, 금천구 4개교의 11.63학년보다 0.55학년 더 높았다.

정을호 의원·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고교유형별로 살펴보면 내신 시험의 평균 수준은 ▲외국어고(9.06학년) ▲자사고(8.94학년) ▲일반고 사립(8.73학년) ▲일반고 공립(8.01학년) 순으로 어려웠다.

다만, 시험의 최고 난이도를 비교하면 일반고 사립이 가장 높아 특목·자사고보다도 더 어려운 영어시험을 냈다.

의대 및 서울대 진학 상위 8개교 내신시험의 평균 수준은 9.10학년으로 나머지 8개교 평균인 8.26학년보다 0.84학년이 더 높았으며, 최고 수준은 12.02학년으로 나머지 8개교 평균 11.90학년을 웃돌았다.

정 의원과 사교육걱정은 "이러한 실태는 대입에서 내신과 수능이 상대평가인 점, 수능에서 '킬러문항'으로 불리는 교육과정을 벗어난 고난도 문항이 지속적으로 출제되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라면서 "내신 시험에서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문제가 지속 출제되는 경우, 학생들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신 평가제도 전반의 개편이 시급하다"며 "고교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수능 출제 방향을 고교 교육과정에 부합하도록 쇄신하는 제도 개선을 시급히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부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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