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취재본부 김용우기자
부산의 한 토종기업이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사장 정희권) 부산연구개발특구의 뒷배에 힘입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부산연구개발특구는 지난 17일 부산글로벌테크비즈센터에서 한국엘에프피(대표 황동근)와 Korinvest Group(법적대리인 Chris Gwak)이 미국 현지 법인 설립과 북미 진출을 위한 투자유치 협약을 체결했다고 21일 알렸다. 이번 협약은 한국엘에프피의 북미 시장 진출과 현지 생산 체계 구축을 본격화하는 전략적 이정표다.
한국엘에프피는 이번 협약을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 지사를 설립하고 현지 생산거점을 마련한다. 기술개발부터 생산·유통까지 연계된 글로벌 공급망 체계를 구축해 북미 시장 내 입지를 넓힐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현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신규 수주 기회를 확대해 'K-배터리'의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부산연구개발특구가 지난 17일 부산글로벌테크비즈센터에서 한국엘에프피와 Korinvest Group 간 미국 현지 법인 설립 및 북미 진출을 위한 투자유치 협약식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부산연구개발특구 임주현 연구원, 정희주 팀장, Korinvest Group Chris Gwak 대표, ㈜한국엘에프피 황동근 대표, 부산연구개발특구본부 한상문 본부장, 이상민 선임연구원, 송현주 선임연구원.
부산특구의 지원을 받은 한국엘에프피는 '전략기술 연구성과 사업화' 사업을 통해 LFP 셀 역설계 및 열화 상태 진단·재제조 기술을 적용한 10kW급 ESS용 배터리팩 상용화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24년 4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진행되며 국비 5억2500만원이 투입된다.
한국엘에프피가 자체 개발한 SBMS(Smart Battery Management System) 기술은 기존 BMS에 조기 화재 감지와 자가 진압 기능을 통합한 세계 최초 시스템이다. 배터리 폭발의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기술력으로 CES 2025에서 '지속 가능성 및 에너지·전력 부문' 혁신상을 받으며 세계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부산특구의 지원을 기반으로 한국엘에프피는 공공조달과 의료·모빌리티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고 지난해 설립한 도쿄지사를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핀란드와 호주 등과의 기술협력도 추진 중이다. 이번 미국 투자유치는 이런 해외 진출 흐름의 연장선이며 부산 토종기업이 자체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이끌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엘에프피는 SBMS 기술을 기반으로 공회전 제로 차량용 친환경 ESS 배터리팩을 개발 중이며 CES 2026 전시 출품과 글로벌 기술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안전성과 수명 중심의 K-LFP 표준'을 확립해 글로벌 시장 내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황동근 대표는 지난 9월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K-제조업 강소기업 간담회'에 '12인의 숨은 영웅' 기업인으로 초청됐다. 한국엘에프피는 배터리 분야의 기술력과 확장성을 인정받아 선정됐다. 이번 투자유치는 기술기업으로서의 성장성과 신뢰를 동시에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한상문 부산특구 본부장은 "특구재단은 기술혁신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R&D 지원과 사업화 자금, 전시 기회 등을 확대하겠다"며 "연구개발특구의 대표적 성공 모델을 지속 발굴하겠다"고 힘줬다.
황동근 대표는 "가격과 밀도 경쟁이 아닌 안전성과 긴 수명이라는 본질적 가치에 집중해 'K-LFP 배터리'의 새로운 글로벌 표준을 세우겠다"며 "북미 생산기지 구축을 통해 현지화와 공급망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