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아 위험을 높인다고 주장한 가운데, 영국 보건장관이 이를 정면 반박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웨스 스트리팅 장관은 23일(현지시간) 영국 방송 ITV에 "임신 여성의 파라세타몰 사용과 그 자녀의 자폐증이 연관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타이레놀의 원료인 아세트아미노펜은 유럽에서는 주로 파라세타몰로 불린다.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아 위험을 높인다는 발언을 논란을 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스트리팅 장관은 "2024년 스웨덴에서 어린이 240만명과 관련해 수행된 주요 연구에 따르면 그런 주장은 뒷받침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에 대해 한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인 내 말도 듣지 말라. 영국의 의사와 과학자, 국민보건서비스(NHS)의 말을 들으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뚜렷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아 위험을 높인다"며 "식품의약국(FDA)을 통해 이를 의사들에게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들(FDA)은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을 제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할 것"이라며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고열"을 들었다. 그러면서 "참을 수 없고 견딜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복용해야 하겠지만, 조금만 복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2000년 대비 자폐증 유병률이 약 400% 늘었다는 미 보건당국의 통계를 제시하면서 "타이레놀을 복용하지 말라. 아기에게도 주지 말라"고 했다. 그는 '타이레놀을 복용하지 말라'는 발언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이부프로펜이나 나프록센 계열의 진통제는 태아에게 해로울 수 있다는 이유로 권장되지 않았으나, 타이레놀은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져 왔다. 그런데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아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전국자폐증협회(NAS)의 멜 메릿 정책캠페인 총괄은 "트럼프 대통령과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미 보건장관)가 내놓은 자폐증에 대한 허위정보로 전문가들의 수십년간의 연구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며 "정부와 NHS는 이 허위정보를 규탄하라"고 밝혔다. 로리 톰린슨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는 "연구 전문가이자 두 자폐아의 엄마로서 이런 발언은 많은 부모에게 혼란과 죄책감을 안긴다"며 "파라세타몰과 자폐증 간 관련이 없음을 보여주는 수많은 신뢰할 만한 증거에 집중하라"고 말했다.
FDA는 "최근 몇 년간 임신부의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녀의 자폐증 및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같은 신경학적 질환 발병 위험 증가가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증거가 누적돼왔다"면서도 "명확히 하자면,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은 다수의 연구에서 기술됐지만,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으며 과학 문헌에는 반대 연구 결과도 있다"고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