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통상본부장 귀국…'한국과 일본은 다르다' 美 설득 총력

구체적 협상 내용 비공개…"국익 걸린 문제" 신중 대응
숙련 인력 비자 문제도 논의…"조속 해결 요청"

연합뉴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과의 관세 및 비자 문제 협의를 마치고 19일 새벽 귀국했다. 그는 귀국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과 일본은 다르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미국 측을 상대로 집중 설득을 벌였다고 밝혔다. 일본이 먼저 관세 인하 혜택을 받으면서 양국 간 자동차 관세 역전 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한국도 조속히 동일한 수준의 혜택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앞서 여 본부장은 지난 15일 출국해 워싱턴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의회 주요 인사들을 잇달아 만났다. 이번 방미는 미국이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보증 참여를 조건으로 관세 인하를 제시한 가운데, 한국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후속 조율 차원에서 추진됐다.

특히 자동차, 배터리, 철강 등 주력 수출 품목에 25%의 고율 관세가 이미 부과된 상황에서 일본이 먼저 협상을 마치고 계약서에 서명하며 15%로 낮춘 것이 한국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 본부장은 "한국은 산업 구조와 교역 상황이 일본과 다르다"며 "한국을 단순히 일본과 동일한 모델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역시 가능한 한 조속히 15% 관세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협상에서 비자 문제 역시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서 숙련 인력 비자 발급 제한으로 인해 한국 기업 근로자들이 대규모 단속에 휘말리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산업 현장에 적지 않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여 본부장은 "조속한 해결을 강하게 요청했고, 미국 측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미국 측은 한국의 요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구체적인 해결책이나 시한이 제시된 것은 아니어서 당분간은 한미 간 협의가 계속될 전망이다.

여 본부장은 협상 결과의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국익과 직결되는 문제라서 상세히 밝히기는 어렵다"며 "다만 협상은 진행형이며 정부 차원에서 긴밀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협상은 단순히 관세율 조정에 그치지 않고, 향후 투자 규모와 기술 협력, 공급망 연계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될 수 있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동차 업계는 일본과의 격차 확대를 가장 우려하는 분위기다. 일본산 차량이 미국 시장에서 관세 부담을 덜게 되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반면, 한국산 차량은 여전히 25% 관세가 유지되는 만큼 점유율 하락 압박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이미 현지 생산과 부품 공급망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관세 혜택까지 더해지면 격차가 커질 수 있다"며 "정부가 최대한 빠르게 협상을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철강과 배터리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특히 미국 내 투자가 활발한 배터리 업계는 관세와 비자 문제가 동시에 불거지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협상이 단기간에 결론이 나기보다는 중장기 협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미국이 동맹국들을 대상으로 설정한 상호주의 관세 모델은 단순한 세율 조정이 아니라 투자·고용·기술 협력 등 종합적인 '패키지 딜'을 요구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여 본부장이 일본과의 단순 비교를 경계하며 한국의 특수성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발언으로 해석된다.

세종중부취재본부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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