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일기자
독일의 한 교사가 16년째 병가 휴직을 내고 급여는 전부 받아온 사실이 알려져 현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이 확산하자 독일 법원은 건강 상태가 근무하기 어려운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 건강검진을 받으라고 판결했다. 25일 연합뉴스는 주간지 슈테른 등을 인용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베젤의 한 직업학교에 근무하는 한 교사가 2009년 여름부터 병가를 연장해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독일의 경우, 연간 최장 6주의 병가를 유급으로 쓸 수 있고 연속 3일까지는 병원 서류가 없어도 된다. 연속 4일 이상이면 병명이 적히지 않은 '근무불능 증명서'를 의사에게 받아 고용주에게 내야 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2015년부터 같은 학교에 근무한 교장은 언론에 이 교사의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고용주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당국은 이 교사가 장기 병가 중인 사실을 지난해 처음 확인한 걸로 알려졌다. 16년간 '유령 교사'로 살아온 사연은 장기 병가를 두고 소송이 벌어지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올해 4월 이 교사에게 건강검진을 받으라고 요구했다. 교사는 10년 넘게 지나서 당국이 건강검진을 명령할 이유가 없고 정신 상태에 대한 검사 요구는 인격권을 침해한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결국 양측은 법정에 섰고 재판부는 지난 12일 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당국이 건강검진을 더 일찍 요구하지 않은 건 이해하기 어렵지만,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건강 상태를 명확히 하는 건 고용주의 보호 의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일부 매체는 이 교사가 뒤스부르크에 주택 2채를 소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민간요법 치료사로 부업 활동을 했을 거라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이 가운데, 최근 경기 침체를 겪는 독일에서 병가를 낸 직원이 실제로 아픈 게 맞는지 조사하기 위해 사립 탐정을 고용하는 독일 기업이 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연간 최장 6주의 병가를 유급으로 쓸 수 있고 연속 3일까지는 병원 서류가 없어도 된다. 연속 4일 이상이면 병명이 적히지 않은 '근무 불능 증명서'를 의사에게 받아 고용주에게 내야 한다. 이런 법을 악용하는 이들이 최근 늘고 있어 지난 3월께 테슬라 독일공장 경영진이 병가를 낸 직원들에게 건강 상태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라며 급여 지급을 보류하기도 했다.
독일은 비교 가능한 최신 통계인 2022년을 기준으로 노동자 1인당 평균 병가 일수가 22.4일에 이르러 OECD 내에서 1위를 기록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테슬라 독일 공장의 사례를 비롯해 실제 많은 독일 기업이 최근 직원의 병가로 인해 골치를 앓고 있다. 이에 올해 초 AFP통신은 "독일에서 '병가 탐정' 사업이 호황이다"라고 보도하며 프랑크푸르트에서 사립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는 마커스 렌츠의 사례를 소개했다. 렌츠는 "'일할 수 있는 상태인데도 병가를 신청한 것으로 의심되는 직원들을 확인해달라'라고 요청하는 회사들이 급증하고 있다"라며 "(내가 일하는 동안 기준) 역대 최다"라고 말했다. 이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회사가 점점 늘고 있다"라며 매년 최대 1200건의 의뢰를 받고 있으며, 이는 몇 년 전보다 두 배 늘어난 수치라고 설명했다. 렌츠는 "한 직원이 1년에 30, 40일, 때로는 100일까지 병가를 낸다면, 어느 순간 고용주에게는 경제적으로 매력적이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라고 했다.
AFP통신은 "독일은 경제 침체로 여러 고민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동차 대기업부터 비료 생산업체까지, 많은 기업이 높은 병사율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연구 기반 제약 회사 협회의 수석 경제학자 클라우스 미컬슨은 "병가신청 증가의 영향이 크다. 확실히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협회는 질병으로 인한 직장 결근율이 증가함에 따라 2023년 독일의 생산량이 0.8% 감소했으며, 경제가 0.3% 위축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독일은 비교 가능한 최신 통계인 2022년을 기준으로 노동자 1인당 평균 병가 일수가 22.4일에 이르러 OECD 내에서 1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