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택 왕국' 서희건설, 전례없는 현금흐름 적자…유동성·상폐·특검 '삼중 리스크'

영업활동현금흐름 -562억 원…10년간 없던 일
매출채권 1년 새 145% 급증…현금자산은 36% 급감
이천·평택 미분양률 50% 안팎
분양미달→미수금→현금경색 악순환
부사장 횡령, 상폐 위기, 특검 수사까지…‘외풍’도 겹쳐

'지주택(지역주택조합)' 업계 1위 서희건설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10년내 처음으로 영업현금흐름이 적자로 전환했다. 겉으로는 업계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나, 정작 내부에서는 현금이 줄줄 새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 특혜 의혹과 상장폐지 경고까지 '외풍'이 겹치며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근 서희건설은 상반기 연결실적으로 매출 5887억원을 공시했다. 전년 동기(7538억원) 대비 21.9%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908억원으로 36.6%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19.0%에서 15.4%로 하락했다. 이익률이 줄긴 했으나 여전히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나타냈다.

겉면과 달리, 속에서는 현금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562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최근 10년간을 통틀어 유례없는 수치다. 서희건설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반기 기준 현금흐름이 단 한 번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현금흐름의 적자전환은 '이익의 질'이 악화됐다는 적신호다. 영업이익은 장부상 계산된 숫자지만, 현금흐름은 실제 들어온 돈을 뜻한다. 이 괴리는 그만큼 장부상 이익이 실제 현금으로 회수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특히 서희건설의 매출채권과 기타유동채권은 2921억원으로 1년 새 145%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매출채권이 매출액 대비 30%를 넘기면 '유동성 경고등'이 켜졌다고 본다. 그런데 서희건설의 매출 대비 채권 비중은 49.6%에 이르렀다. 반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881억원에서 1195억원으로 36.5% 급감했다. 한마디로 '공사는 했지만, 돈을 받지 못한' 외상값이 늘었고, 통장에는 돈이 말라간다는 얘기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영업이익은 장부상 계산된 이익이고,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실제 들어온 현금을 보여준다"며 "두 수치가 괴리를 보이는 것은 장부상 이익 대부분이 현금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분양률이 낮고 미회수 채권이 많을수록 수익 인식에 비해 유동성이 악화되는 구조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서희는 전체 매출의 90% 가까이를 지주택 사업에서 벌고 있다. 분양이 미달되면 수금 지연→미수금 증가→현금흐름 악화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서희건설은 자체적으로 사업보고서에 사업장별 분양률을 공개하고 있지 않으나 지자체의 '미분양 주택 현황' 자료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이천서희스타힐스는 347가구 중 214가구가 미분양이다. 분양 1년 5개월이 지났지만 60% 가까이 미계약 물량으로 남아있다. 비슷한 시기 공급한 평택화양 서희스타힐스 센트럴파크 2차도 390가구 중 162가구가 미분양이다. 이러한 분양률 저조는 바로 매출채권 리스크로 이어진다.

서희건설은 경영 투명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현직 부사장의 횡령 혐의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거래소 심사 대상으로 올라있다. 현재 거래정지 중이다.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3종 세트'를 보냈다는 정치적 특혜 의혹으로 특검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전국 지주택 사업장 전수조사에 착수, 서희건설이 시공한 단지도 주요 조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 같은 '삼중 리스크' 속에 서희의 본질이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익성 착시 뒤에 가려진 유동성 리스크, 외부 신뢰 붕괴, 조합사업의 구조적 한계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장부상의 이익보다 현금흐름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중시하는 시대"라며 "이대로라면 조달도 안 되고, 투자도 안 되고, 결국 수주도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건설부동산부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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