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민주주의·헌법수호 특별교육, 軍기강 해이우려'

항명죄 관련 판례 소개, 잘못된 인식 우려
수갑 찬 군인 모습, 軍 사기 저하될 수도

국방부가 최근 마련한 민주주의·헌법수호 관련 정신교육 표준교안의 일부 내용이 오히려 군(軍)의 기강을 무너뜨리고 전투력 발휘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단 지적이 제기됐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국방부에서 입수한 '민주주의와 헌법수호' 특별정신교육 표준교안을 공개하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8일 전국 모든 부대와 교육기관 장병, 군무원들을 대상으로 민주주의와 헌법수호 특별정신교육을 의무화한 바 있다.

이번 교육은 12·3 비상계엄 이후 군의 정치적 중립성과 헌법 질서를 강조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지만, 실제 교안의 구성과 표현 방식, 교육대상 및 교관 편성 등은 오히려 군 기강과 전투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게 유 의원의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교안에 소개된 항명죄 성립 여부와 판례다. 특히 해당 교안엔 '상관의 지각금지 명령', '중대장의 숙소 환기 명령', '해안경계 부대 소초장의 음주 제한 명령' 등 불이행하더라도 항명죄가 성립하지 않은 판례가 나열돼 있다.

이러한 내용은 병사들로 하여금 '상관의 일상적 지시마저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게 유 의원의 지적이다. 군인복무기본법 제25조는 '군인은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군에서 상명하복은 군의 존재 이유이자 핵심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교육은 그 근간을 흔드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안 내 장병의 사기 저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적절한 이미지가 활용된 점도 지적됐다. 일례로 교육자료 내에는 군복을 입은 군인이 마치 수갑을 찬 듯한 모습을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삽입돼 있다.

전 장병과 군무원, 심지어는 신병과 간부 후보생 등이 일괄적으로 교육 대상에 포함된 것도 부적절하다는 게 유 의원의 설명이다. 유 의원은 "명령의 적법성과 정당성을 판단해야 할 일차적 책임은 명령을 내리는 지휘관에게 있는 만큼 이번 특별정신교육은 먼저 장성단과 장교단 등 지휘관 계층에게 선행됐어야 한다"면서 "지휘 책임과 복종 의무를 구분하지 못한 채 병사 등 전 장병에게 동일한 교안을 적용한 것은 군 기강을 뒤흔드는 잘못된 접근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유 의원은 헌법 체계와 법률 전문성이 부족한 각 군 정훈 계통에 교안을 일괄 하달하고, 세부 교육계획 수립과 교관 임무, 교육 감독 등의 역할까지 맡긴 점도 지적했다. 관련 지식이 부족한 정훈장교들이 이번 교육을 주도하게 되면 잘못 설계된 교육 메시지가 장병들에게 오염된 방식으로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유 의원은 "항명죄 사례를 판례 중심으로 교육하는 방식은 자칫 장병들이 지휘·복종 관계를 협소하게 해석하게 만들 위험이 있으며, 작전 현장에서 명령 수행의 신속성과 효율성이 저해돼 전투력 발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장관의 당부 사항은 지휘관의 명령에 망설임 없이 반응해야 가능한데, 이번 교육자료는 오히려 장관의 당부와 괴리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유 의원은 "군의 정신교육이 군 기강과 전투력을 갉아먹는 방식으로 추진된다면 그것은 교육이 아니라 안보를 위협하는 자해적 처사에 불과하다"며 "국방부는 이번 특별정신교육의 교안, 교육 대상, 교관 편성 등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부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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