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치는 이제 기후 위기를 말해야 한다

일상에서 기후위기를 말할 수 있도록
정치화 중단하고 여야 힘 모아야

"비행기를 탈 계획이 생기면, 육류 소비를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기획기사 '정의로운 전환의 길'을 취재하며 프랑스 낭트에서 만난 한 취재원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국제선을 탈 때 비행기가 배출하는 탄소의 양이 어마어마하니, 당분간 채식을 하며 이를 절감해야 한다는 발상은 흔하다고 했다. 그는 "프랑스에서는 일상에서 기후 위기나 환경 보호를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여름 폭염과 호우를 번갈아 겪으며 우리는 '지구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다. 한국에서 국제선 탑승과 채식을 연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종이컵을 쓰는 대신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일상과 기후 위기를 연결 짓는데 서투르다.

정치권에 책임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기후 위기 관련 의제를 이념 전쟁으로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유럽의 많은 국가는 태양광과 원전을 섞는 방식으로 재생 에너지 정책을 만든다. 한국은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태양광은 진보, 원전은 보수'라는 프레임으로 논의를 막는다. 정권에 따라 전력 발전 방식은 손바닥 뒤집듯 바뀐다.

유럽에서는 전력 공사가 탈석탄 과정에서 노동자의 재취업이나 재고용을 주도한다. 실행 계획을 연속성 있게 짜 정권에 따라 뒤집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정무적 판단이 필요 없는 완전한 정책의 영역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6월 말 문을 닫은 강원 삼척시 도계광업소를 보도했을 때는 '여태 세금으로 사양 산업을 살렸다니, 노동자 이야기면 다 들어줘야 하느냐'는 독자 반응이 나왔다. 정쟁으로 비화하기 딱 좋은 소재로 전락했다.

이렇다 보니 기후 위기에 대해 말하는 것은 '지나치게 정치적인 것'이 돼버렸다. 활동가들이 다루는 것이라며 책임에 대한 공도 넘겨버렸다. 콜드플레이의 저탄소 공연은 '힙한 것'으로 온 언론이 찬양하고, '친환경 저탄소'는 좋은 마케팅으로 여기면서 말이다.

폭염으로 서울 한복판에서 바나나가 열리는 상황에서 아직도 말할 수 없는 것이 있을까. 지난주 몇몇 농업인들은 기후변화로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공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탈석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원전과 태양광이라는 이념전쟁으로 씨름하는 동안 벌어진 일이다. 국제선과 채식을 연결 짓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이제는 여야가 한목소리로 기후 위기를 말해야 한다.

기획취재부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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