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다연기자
구속된 김건희 여사가 14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첫 소환조사에 출석했다. 지난 12일 밤늦게 서울남부구치소에 수용된 김 여사는 수갑을 찬 상태로 법무부 호송 차를 타고 이동해 특검 조사실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2025.08.12 사진공동취재단
김 여사는 이날 오전 9시52분께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 법무부 호송차량을 타고 도착했다. 지하주차장을 통해 이동하는 만큼 별도 포토라인은 설치되지 않았다.
교정당국에 따르면 김 여사는 이날 오전 8시40분께 서울남부구치소에서 수갑을 차고 사복을 입은 채 호송차에 탑승했다. 형집행법에 따라 미결수는 조사 시 수용복 외 사복 착용도 허용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9시53분에 도착해 9시56분 조사가 시작됐다"며 "오늘은 부당 선거 개입, 공천개입 등 의혹 부분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특검팀의 김 여사 소환은 지난 6일에 이어 두 번째이자, 12일 오후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첫 조사다. 김 여사가 앞선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던 만큼 이번 소환 조사에서도 자신의 혐의를 적극적으로 소명할 수도 있다.
다만 김 여사는 구속 이후 건강 악화를 호소하고 있어 실효성 있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여사 측 변호인은 "김 여사가 건강상 문제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공천 개입 의혹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받는 대가로 그해 6월 지방 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 과정에 입김을 행사했다는 게 골자다.
특검팀은 명씨가 2022년 대선 과정에서 김 여사에게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한 뒤 같은 해 6월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경남 창원 의창 선거구에 공천되도록 청탁했다고 보고 있다.
명씨는 해당 여론조사를 총 81차례에 걸쳐 무상으로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명씨는 지난해 4월 치러진 총선에서도 공천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 있다. 김 여사가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 공천 과정에서 명씨에게 연락해 김상민 전 검사를 도와달라는 취지 부탁을 했다는 의혹도 특검 수사 대상이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당내 공천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김 전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에 대한 수사를 잇달아 진행해왔다. 윤 의원은 특검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의원의 공천과 관련해 통화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청구된 김 여사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남부구치소에 수용된 김 여사는 수용번호 4398번을 부여받았다.
김 여사 신병 확보에 성공한 특검팀은 구속 하루 만에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소환하고 감사원, 국민의힘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 등에 나서며 주요 의혹 외 다른 사건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