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에 매달린 죄수복 트럼프…논란 끝 스위스서 전시 취소

스위스 갤러리, 십자가 매단 트럼프 전시 취소
갤러리 측 "많은 인파와 혼란에 안전 우려"
일각 "관세 때문이냐" 지적에 "그건 모욕"

스위스의 한 갤러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십자가에 매단 조각상을 전시하려다가 논란 끝에 취소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을 맞은 뒤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시선도 있다. 연합뉴스는 11일(현지시간) 일간 바즐러차이퉁(BaZ) 등 현지 매체를 인용해 "갤러리 글라이스 피어(Gleis 4)는 바젤역 내 전시공간 개관 기념으로 내달 계획한 이 조각상의 전시를 취소하고 다른 공간을 찾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형상화한 '성인 또는 죄인(Saint or Sinner)'라는 제목의 조각상. 글라이스 피어 갤러리 인스타그램

'성인 또는 죄인(Saint or Sinner)'이라는 제목의 이 조각상은 주황색 죄수복 차림의 트럼프 대통령이 팔다리가 묶인 채 십자가에 매달려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조각상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제이슨 스톰이라는 이름을 쓰는 영국 출신 작가가 만들었다. 그는 예술사와 사회 비판을 도발적인 방식으로 다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톰은 과거 얼굴 없는 예술가 뱅크시의 작품 '위임된 의회(Devolved Parliament)'를 자신이 그렸다고 암시한 바 있다. 두 작가의 관계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각에서는 스톰이 뱅크시의 조수 작가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처음 이 전시 계획이 알려졌을 때 바젤 시민들은 "기독교 모독이다", "문화도시 바젤에 딱 맞는다",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게 중요하다"라며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갤러리 측은 지난 8일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을 줄 몰랐다"며 "많은 인파와 혼란이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바젤역에 작품을 전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스위스는 전시가 취소되기 전날인 지난 7일부터 트럼프 대통령에게 39%의 상호관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또 스위스의 대미 수출품인 의약품에도 높은 관세율이 매겨질 예정이어서 국가 경제가 비상한 상황이다. 일부 시민들은 갤러리가 미국의 눈치를 보고 전시를 취소한 것이 아니냐는 불평을 내놓았다. 다만 갤러리 직원 멜라니 브레즈니크는 '전시 취소가 관세 때문이냐'는 물음에 "그런 이유로 전시를 결정하는 건 갤러리로서 모욕적인 일"이라고 답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으로 스위스의 대표적인 제약업체인 로슈와 노바티스는 미국 판매량의 100%를 현지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앞서 로슈는 500억달러(70조원), 노바티스는 230억달러(32조원)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지난 8일 스위스산 골드바에도 38%의 관세율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혀 금과 선물 시장에서 파장이 일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금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슈&트렌드팀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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