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음모론' 빠진 남성, 美 CDC 본부 총기 난사

경찰 대응…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본부 현장서 숨져
케네디 보건부 장관에 "백신 음모론 부추겼다" 비판 화살

미국 애틀랜타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본부 건물에 총기를 난사한 사건 관련해 숨진 범인이 평소 코로나19 백신 음모론에 빠져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10일 미국 언론 AP통신과 뉴욕타임스 등을 인용해 지난 8일(현지시간) 밤 애틀랜타의 CDC 본부에서 한 남자가 총기를 난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총격 사건이 발생한 미국 애틀랜타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본부. 로이터연합뉴스

이 남자는 CDC 건물로 들어가려다 경비원들에 제지당하자 건너편에 있던 약국으로 이동해 총을 꺼내 쐈다. 이에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한 명이 총에 맞고 숨졌다.

범인은 애틀랜타 근교 출신의 30세 남성 패트릭 조지프 화이트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그는 현장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출동한 경찰의 총에 맞고 숨진 것인지, 자살로 숨졌는지 등 구체적인 사망 경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범인의 총격에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한 명이 총에 맞고 숨졌다. 희생된 경찰관은 미 해병대 출신으로 경찰에 입직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신참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직후 CDC 본부 건물들에는 총탄 흔적이 수십 군데 남아있었고 현장에는 탄피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고 한다. 현장에서는 범인이 지니고 있던 부친 소유의 총기 5정이 회수됐다.

백신 음모론에 빠진 범인 "정신질환 호소"

9일(현지시간) 범행 현장인 약국 근처에 범인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경찰을 애도하는 꽃다발이 놓여있다. AP연합뉴스

범인은 평소 코로나19 백신 음모론에 빠져있었고 정신질환을 호소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그는 최근 몇 주 동안 정신건강 문제로 도움을 구하려고 했으며, 그의 부친은 경찰에 아들이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특히 범인은 자신의 건강상 문제의 원인이 코로나19 백신에 있다고 생각하고 평소 이에 대해 매우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감염병 대처를 총괄하는 CDC를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부 장관은 이날 오전 보건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숨진 경찰관을 애도했다. 그러면서 "공공보건에 종사하는 동료들이 느꼈을 충격이 얼마나 클지 잘 알고 있다"며 "대중의 건강을 지키는 이들이 이런 폭력에 직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건장관 본인이 평소 백신에 대한 불신을 공공연하게 드러냈기 때문에 백신 음모론을 사실상 부추긴 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비판도 나왔다.

CDC에서 해고된 전직 직원들의 모임인 '파이어드 벗 파이팅'은 성명을 통해 "케네디는 과학과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끝없는 거짓말을 늘어놓으면서 CDC 직원들을 악마화한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자"라면서 그가 백신과 CDC에 대한 "적개심과 불신을 조장했다"고 비난했다. 평소 예방접종, 특히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출해온 케네디 장관은 의사들이 돈을 벌려고 백신 접종을 권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슈&트렌드팀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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