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영인턴기자
16일부터 전국에 쏟아진 폭우로 19명이 숨지고 9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인 가운데 심각한 수해를 입은 광주 광산구가 물놀이 축제를 강행하기로 한 것을 두고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 중 하나인 광산구가 축제를 주최한다는 데 "매우 부적절" "이해하기 힘든 결정" 등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024년 제1회 워터락 페스티벌. 광주 광산구
지난 16일부터 전국에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리면서 모두 28명의 사망·실종자가 나온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광주에서도 2명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1311건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해 피해액만 약 361억원에 달한다. 광산구 피해 규모는 130억원으로 북구(14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광산구와 인접한 북구는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한 상태이며 광주와 전남 전역에서는 현재도 수해 복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광산구가 22일부터 이틀간 '골목상권 활성화'를 명분으로 도심 내 물놀이 행사를 계획하면서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광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오주섭 사무처장은 2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국적 수해로 국민 마음이 무거운 상황인데 물 축제를 한다는 건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며 "더욱이 큰 피해를 본 지자체가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들이 축제를 즐길만한 분위기가 아닌데다 즐긴다고 하더라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이라며 "전국적인 망신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2024년 제1회 워터락 페스티벌. 광주 광산구
차승세 노무현시민학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 복구에 힘을 보태도 모자랄 판국에 물 축제를 강행하겠다는 게 정상이냐"며 "호우피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하는 상황에서 말문이 막힌다"고 분노했다. 이어 "예정된 축제라지만 취소하거나 연기한다고 지역 경제가 망하거나 난리가 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수해 복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때까지 연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골목상권 활성화 차원의 행사라는 광산구 해명에 대해서도 "제가 아는 소상공인 사장님들은 이웃의 아픔을 자기 일이라 생각하며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을지 고민한다"며 "수해가 극심한 상황에서 물 축제를 진행하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진보당 광주시당 김선미 환경위원장은 "농가에서는 아직도 폐허 같은 하우스를 치우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크다"며 "상황이 이런데 물 축제를 한단다. 미루는 등의 조치를 시도는 했을까 싶다"고 꼬집었다. 시민사회활동을 하는 장헌권 목사 역시 "폭우로 괴물 같은 물 때문에 힘들고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이런 때에 물 축제를 한다는 광산구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광산구청을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피해 복구가 한창인데 축제를 한다고?" "지금 물만 봐도 끔찍한데 무슨 물놀이 행사"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정" "지역 상권 살리려다 지역 이미지가 더 망가지게 생겼다" 등 비판이 이어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광산구는 이날 오후 축제 장소 인근 상인회와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