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 과자에 치약, 속옷까지 빼곡…러시아 가는 北 외교관 짐 들여다보니

北외교관들 짐 안엔 북한 과자·생필품 가득
"외국 간식 사 먹기엔 돈 부족"

러시아로 떠나는 북한 외교관들이 외화 절약을 위해 값싼 북한 간식과 생필품을 챙겨간 사실이 알려졌다.

북한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있는 고려항공 여객기. 아시아경제DB

3일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는 북한 외교관과 무역 담당 인력의 짐에서 상당한 양의 과자와 생필품 등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항공편에 오르기 전 세관검사를 받았는데 이들 탁송화물의 대부분은 북한산 당과류와 생필품이 차지했다.

매체는 "당과류는 주로 우유나 기름 같은 것이 들어가지 않은 딱딱한 밀가루 막과자, 공장이 아닌 개인집에서 봉지도 없이 파는 막사탕과 땅콩강정, 평양에서 생산된 빵과자, 계란과자, 겹과자들이었다"며 "생필품은 국내산 칫솔과 치약, 속옷이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이 중 일부는 무게 초과로 세관원들에게 경고를 받기도 했지만, 모두 초과한 무게 1kg당 1달러씩 세관원들에게 쥐여주며 검열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세관원들은 이들의 짐에 의아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짐을 살펴보던 세관원들은 "외국에는 흔한 물품들을 왜 굳이 챙겨 가느냐", "러시아는 밀가루 생산이 많은 나라이고 버터를 곁들여 빵을 먹는 곳인데, 왜 맛없고 질 낮은 우리 간식과 생필품을 이렇게까지 가져가는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나타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에 한 외교관은 "외국 것도 맛은 있지만 조국 것이 더 싸고 익숙하다. 과자란 게 다 비슷비슷하다"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다른 인사는 "이런 것을 챙겨 가면 결국 돈을 버는 것과 같다"며 "외국 간식을 사 먹기엔 돈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에 나간다고 달러를 물 쓰듯 쓸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우리도 거기에서 조국 인민들처럼 살아가기 위해 버텨야 한다. 조국에 들어올 때 달러 몇 장이라도 남기려면 지금부터 아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은 "이런 외교일꾼의 말은 세관원들을 통해서 주민들에게까지 다 퍼져나가 화제가 됐다"며 "주민들은 이것이 우리 공화국 외교관들의 현실이냐며 놀라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착잡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데일리NK에 전했다.

이슈&트렌드팀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