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서기자
고교를 졸업하면 사교육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대입에 실패하면 '사교육의 늪'이 기다린다. 이른바 N수다.
"돈 없는 부모는 아이 재수도 못 시킨다"는 말은 일상화한 지 오래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재수정규반은 월 200만 원대, 기숙형 재수학원은 월 400만~500만원을 받는다.
S 기숙학원의 경우, 한 달 교습비만 393만7000원이다. 여기에 모의고사비와 교재비 등으로 월 30만원가량 추가된다. 또 1인실을 쓰려면 30만원을 더 내야 한다. 용돈까지 합치면 '기숙학원 재수비용'은 월 500만원을 넘는다고 한다.
'기숙의대반'이란 것도 있다. 이 학원을 운영하는 D 학원은 수강료 159만원에 식비 84만원, 기숙사비 150만원을 포함해 월 394만원을 책정하고 있다. 독서실비, 모의고사비, 콘텐츠비, 교재비, 단체복비는 별도다.
물론 이는 극히 일부 사례일 수 있다. 그렇지만 재수 때도 '사교육'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현장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23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에 자리한 학원 외벽에 재수생 모집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강진형 기자
2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자리한 한 학원 창문에 '의대반 재수생'이란 문구가 적혀 있다. 강진형 기자
기자가 재수종합반에서 만난 박모씨(19)는 "한 달 700만원을 쓴다"고 했다. 그는 "수업료 외에 과외비로 300만원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재수학원에서는 정규 수업 외에 유료클리닉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재수생을 둔 가계는 허리가 휜다. 지난해 반수한 아들을 둔 고모씨(50)는 "아들이 7개월 재수학원에 다녔는데 3000만원 썼다"며 "그래도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서 다행"이라고 했다.
등골 휘는 재수비용에도 N수생들은 "학원 없이는 좋은 대학 가기 힘들다"고 했다.
재수생 김모씨(20)는 "공부로 타고나지 않은 이상 학원 없이는 어려운 듯하다"고 했다. 재수생 최모씨(20)도 "재수종합반 콘텐츠가 학교보다 좋다"며 "사교육 안 받으면 뒤처질까 불안하다"고 했다. 의대지망생 이모씨(20)는 "작년보다 의대 정원이 줄어 걱정"이라며 "재수종합반에서 짜준 스케줄대로 스스로를 통제하며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수생에 밀린 현역이 다시 재수를 선택하면서 수능 응시자 중 3명 중 1명은 'N수생'이 된 게 현실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10년(2015년~2024년) 재학생 수는 46만 1622명에서 28만 7502명으로 줄었지만, N수생은 13만 3213명에서 15만 7368명으로 늘어났다. 올 수능에서는 N수생이 20만명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명예교수는 "재수로 인한 사교육비 지출은 결국 가정의 다른 지출을 줄이고 사회 전체로는 낭비로 이어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