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의제강간죄 적용 나이 한국은 16세 미만인데…다른 나라는[뉴스설참]

(64)청소년 성범죄 보호, 몇살부터?
독일·중국 14세, 일본·영국 16세
美텍사스, '또래연애 감형' 로미오앤줄리엣법

편집자주'설참'. 자세한 내용은 설명을 참고해달라는 의미를 가진 신조어다. [뉴스설참]에서는 뉴스 속 팩트 체크가 필요한 부분,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콕 짚어 더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미성년 의제강간죄 연령 상향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18세 미만 청소년이 사회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일반적인 사회 인식이 있어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미성년 의제강간죄 보호 대상 연령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여러 국가에서도 일정 연령 기준을 두고 아동·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미성년 의제(擬制)강간죄는 미성년은 성적 자기 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성인이 미성년과 성관계를 가졌다면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강간으로 간주해 처벌한다는 뜻이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보호 취지에서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에 일반 강간죄와 달리 피해자와 피의자의 연령이 정해져 있다. 형법 제305조 제2항은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해 간음 또는 추행을 한 '19세 이상의 자'는 처벌한다고 명시돼있다.

과거에는 '13세 미만'만 미성년 의제강간죄의 보호 대상이었다. 형법이 제정된 1953년에는 여성의 법적 혼인 가능 연령이 13세였고, 조혼이 가능한 사회 분위기였다. 또 형법을 제정할 당시 일제강점기 시행되던 일본 형법 체계를 상당 부분 계승했는데, 과거 일본 형법의 의제 강간 기준이 13세 미만이었기 때문에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아동·청소년의 신체·정서적 발달 수준은 물론 범죄 양상도 달라졌고, 기존의 연령 기준이 시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다 실질적인 기폭제가 된 것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이른바 'N번방 사건'이었다. 미성년자에 대한 잔혹한 성 착취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면서 법을 정비해 처벌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이에 따라 2020년 형법 개정으로 약 70년 만에 미성년 의제강간죄 보호 연령 기준이 13세 이상 16세 미만으로 바뀌었다.

이보다 어린 13세 미만에 대한 성범죄는 '피의자의 연령과 관계없이' 강간으로 간주해 처벌한다. 13세 이상 16세 미만 청소년에 대한 의제강간죄는 피의자가 19세 이상 성인이어야 하지만, 13세 미만에 대한 강간은 피의자가 청소년이어도 강간죄를 적용한다. 다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형사미성년자이므로 형사 처벌 대신 소년원, 보호관찰 등 보호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처벌의 수위도 다르다. 성폭력처벌법 제7조에 따라 13세 미만 아동과의 성관계는 일반 강간죄로 간주하기 때문에 최고 무기징역까지 내려질 수 있다. 13세 이상 16세 미만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는 의제강간죄 적용 대상으로,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선고된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는 공소시효도 달리 적용한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공소시효는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부터 진행하지만, 청소년성보호법에 따라 13~16세 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경우 피해 청소년이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된다.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간죄 사건에서 자주 등장하는 쟁점 중 하나는 피의자가 피해자의 나이를 몰랐다고 주장하는 경우다. 법원·수사기관은 사건 당시 피의자와 피해자 간 대화 내용, 피해자의 외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피해자의 나이를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고 해도 정황상 피의자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었다면 유죄판결을 받을 수 있다.

해외 주요 국가들도 한국과 비슷한 의제강간죄 연령 기준을 두고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고 있다. 독일과 중국은 14세 미만, 프랑스는 15세 미만을 미성년 의제강간죄 보호 대상 연령으로 두고 있다. 영국은 16세이며, 일본도 2023년 법 개정을 통해 기존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은 주마다 16~18세로 기준이 다르다.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등 일부 주는 18세 미만을 기준으로 하고, 뉴욕·플로리다주 등은 17세, 미시간·조지아주 등은 16세를 기준으로 삼는다. 텍사스 등 일부 주에서는 또래 간의 합의된 성관계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거나 형을 감경하는 '로미오와 줄리엣 법(Romeo and Juliet Law)'을 두고 있기도 하다.

기획취재부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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