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미국)=권해영특파원
미국의 연말 쇼핑 대목인 올해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기간 소비자들의 지출이 4% 가까이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누적된 고강도 긴축 여파에도 견조한 미 경제 성장세를 강력한 소비가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현지시간) 마스터카드 스펜딩펄스 보고서에 따르면 11월1일부터 12월24일까지 자동차를 제외한 미국의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3.1%)은 물론 마스터카드 스펜딩펄스 전망치(3.2%)를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마스터카드 경제연구소의 미셸 마이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연휴 시즌의 견조한 지출은 올해 내내 미국 소비자들이 보여준 강력한 소비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항목별로는 식당 소비가 지난해 대비 6.3% 증가했다. 보석류는 같은 기간 4% 늘었고 전자제품과 의류는 각각 3.7%, 3.6% 증가세를 나타냈다. 소비 행태별로는 온라인 구매가 1년 전 같은 기간 보다 6.7% 급증했다. 반면 오프라인 구매는 2.9%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다만 할인 상품 위주로 구매하는 소비 행태 역시 두드러졌다는 게 마스터카드의 설명이다.
마이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은 연말 쇼핑 시즌 지출을 할 의향과 능력이 있지만 가장 큰 할인 기간에 온라인 소비가 집중된 것에서 알 수 있듯 가치를 중심으로 소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가 미국 경제활동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버팀목이란 점에서 연말 쇼핑 대목 소매판매 증가는 향후 미 경제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신호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누적된 고강도 긴축과 노동시장 둔화로 미 경제가 침체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지만, 미 경제는 견조한 소비를 바탕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확정치는 전기 대비 연율 기준 3.1% 성장했다. 1%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미국의 잠재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것은 물론, 앞서 발표된 속보치·잠정치(모두 2.8%)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역시 소비가 주요 동력이었다. 3분기 개인소비지출은 전기 대비 3.7% 늘어나 2023년 초 이후 증가폭이 가장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