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의 노후준비는 20~30대 사회출발과 동시에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면 놀라는 사람이 많다. 아무리 그래도 20~30대부터라는 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하는 표정이다. 행복한 노후를 위한 준비에는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 그 대표적인 게 연금 준비다. 우리가 복지선진국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고령자가 노후자금으로 몇억원씩 보유하고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최소생활비 정도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게 돼 있는 나라가 복지선진국이다.
노후생활비에 충당할 정도의 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단기간의 연금 가입으로는 불가능하다. 매월 적은 금액이라도 30~40년 장기간 불입해야 한다. 따라서 직장인들은 자신의 노후생활에 연금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확실하게 인식하고 20~30대 사회생활 시작과 동시에 3층 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에 가입하고 연금에 대해 공부를 해나가야 한다.
3층 연금의 1층이 되는 국민연금은 연금자산 운용을 비롯한 모든 관리를 국가기관이 해주고, 명문화돼 있지는 않지만, 연금지급을 국가가 책임져 주는 공적연금이다. 따라서 가입자는 ‘국민연금 더 받기 전략’ 정도에만 관심을 가지면 된다. 그러나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은 다르다. 연금자산 운용을 소속 회사(퇴직연금)나 금융회사(개인연금)가 책임져 주는 DB(회사 책임)형은 가입자가 연금자산 운용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반면에 연금자산 운용의 책임이 가입자에게 있는 DC(가입자책임)형은 공부를 해서 적극적으로 운용수익률을 높이는 노력을 하지 않으며 안된다.
연금자산 운용성과에 따라 자신의 노후자금 마련 성공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저금리 시대를 맞아 퇴직연금 개인연금 모두
DC형의 비중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DC형 연금자산을 성공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다음 3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째, DC형 연금자산 운용은 10년~40년 장기로 적립식투자를 하는 것이다. 둘째, 단기적으로 가격하락 리스크가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예금금리보다 높은 운용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형 상품 중심으로 운용해야 한다. 셋째, 이런 장기운용이 가능한 건 바로 DC형 퇴직연금 또는 개인연금이다. 단기적인 가격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분산 투자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직장인 중에 이렇게 연금 백만장자가 많이 나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연금자산 운용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DC형 연금의 운용수익률에 대해 공식 발표된 자료는 없지만, 미국자산운용협회에 의하면, 최근 10년간의 연평균 수익률은 8%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DC형 퇴직연금의 2023년 말 기준 과거 10년 연평균 수익률 2.3%와 비교하면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와 미국의 이런 운용수익률 차이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두 나라의 DC형 연금자산 운용 방법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예금이나 단기금융상품 등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품에 운용자산의 78%를 넣어두고 있다. 어느 정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상품의 비중은 22%에 지나지 않는다(2023년 말 현재). 반면에 미국의 경우에는 투자상품 비중이 80% 정도를 차지한다. 그만큼 적극적으로 운용한다는 뜻이다.
연봉 6000만원의 직장인이 DC형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에 가입하여 매년 1회 1개월분 급여에 해당하는 500만원씩을 30년간 불입할 경우, 운용수익률이 연 2%라면 30년 후 퇴직연금 수령액은 2억690만원이지만 연 8%로 운용한다면 수령액은 6억1173만원으로 3배 가까운 차이가 난다. 그런데도 많은 직장인이 10~40년 뒤에나 받게 되는 연금에 신경 쓰는 게 귀찮기도 하지만 원금손실을 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적극적인 투자상품 운용을 못 하고 있다. 부디 새해에는 연금자산 운용의 원칙과 국내외 유망투자상품 선별법 등에 대한 적극적인 공부를 통해 연금 백만장자의 꿈을 키워가는 직장인이 늘어나기를 소망해 본다.
강창희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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