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보증 문턱에 '보증금 1억에 월 300'도 안 된다

월 300만원이면 전세 7931만원까지
"6개월마다 전·월세 전환율 조정예정"
지역별 전·월세 전환율 차등화도 검토

주택금융공사가 내년부터 전·월세 전환율을 내리는 방식으로 전세대출 보증 문턱을 높인다. 이에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00만원을 내는 이른바 ‘고액 반전세’ 임대차 계약이 자취를 감출 것으로 전망된다. 공기업 보증이 없으면 은행권은 대부분 전세대출을 내주지 않아서다. 또한 주금공은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인 만큼 지역별로 전·월세 전환율을 다르게 적용하는 방법도 검토하기로 했다.

23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주금공은 다음 달 1일부터 전·월세 전환율을 기존 6%에서 5.8%로 하향 조정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월세 전환율이란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을 말한다. 이 비율이 낮아질수록 주금공의 보증 한도 임차금도 줄어든다.

앞서 주금공은 월세와 무관하게 임차보증금이 7억원(비수도권 5억원) 이하인 전세대출에도 보증을 제공해 왔지만 지난 9월30일부터 6%의 전·월세 전환율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전세보증금 1억원과 월세 50만원(1억원×6%÷12개월)을 동일한 가치로 보는 것이다. 이에 월세가 350만원(7억원×6%÷12개월)을 초과한 수도권 주택엔 주금공 보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기준 변경으로 내년부터 월세 338만원이 넘는 주택은 전세대출 액수와 상관없이 주금공 보증이 이뤄지지 않는다. 주금공이 전세보증금 1억원과 월세 약 48만원(전·월세 전환율 5.8%)을 같다고 보고 임차보증금을 재산정해서다.

반전세 계약에서도 주금공 보증 문턱이 오른다. 월세가 300만원인 수도권 반전세 계약은 올해까지 최대 1억원(7억원-(300만원÷6%×12개월))의 전세대출 보증이 가능했지만 전·월세 전환율이 5.8%로 내려가면 7931만원의 전세대출만 보증이 적용된다. 보증 한도 임차금이 2000만여원 쪼그라든 것이다. 월세가 100만원이면 보증 한도 임차금은 5억원에서 4억9310만원으로 약 700만원 줄어든다.

주금공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한국부동산원 가계주택동향조사를 참고해 6개월마다 전·월세 전환율을 조정할 계획”이라며 “내년에는 1월1일과 7월1일에 각각 새로운 전·월세 전환율을 적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주금공은 내년께 전·월세 전환율을 지역별로 차등화하는 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과 지방 사이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전·월세 전환율 격차도 벌어지고 있어서다. 주금공 관계자는 “전·월세 전환율에 따른 환산 보증금 데이터를 지역별로 살펴보고 고객과 전문가 의견을 받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전국 평균 전·월세 전환율은 5.9%로, 수도권 평균은 전국보다 3%포인트 낮은 5.6%로 나타났다. 서울 평균 전·월세 전환율은 5%를 기록했고, 서울 강남권역 중 동남권이 4.5%로 가장 낮았다. 반면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전·월세 전환율을 보면 지방은 평균 6.5%로 전국 평균보다 0.6%포인트 높았다. 충남이 7.8%로 가장 높았고 충북 7.7%, 경북 7.4%, 전북 7.3% 순으로 나타났다.

주금공이 서울 평균 전·월세 전환율인 5%로 서울 지역의 보증 한도 임차금을 재산정한다면 월세 291만원을 초과한 주택은 보증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월세가 100만원인 반전세 계약에선 4억6000만원의 전세대출만 보증이 가능하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월세 전환율엔 임대차 과정에서의 리스크(위험) 프리미엄이 반영돼 있어 전세사기 등에 비교적 취약한 지방에선 전·월세 전환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지역별 차이를 고려한 전·월세 전환율을 적용하는 방법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금융부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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