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55년 전 헤어진 어머니와 막내딸이 유전자 분석을 통해 극적으로 다시 만난 사실을 경찰이 공개했다.
연합뉴스는 20일 서울 강남경찰서를 인용해 유전자(DNA) 분석을 통해 가족들과 연락이 끊긴 이모(57)씨가 어머니 이모씨와 언니를 상봉했다고 보도했다. 헤어질 당시 지금의 딸보다 어렸던 어머니는 어느덧 91세가 됐다.
이씨는 1968년 11월경 생활고로 서울 성동구에 있는 지인의 집에 맡겨졌다. 세월이 지나 이사를 하면서 지방에 있는 지인의 친척 집에서 자라게 됐고, 가족과 연락이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이씨의 성과 주민등록번호는 모두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원래 홍씨였던 딸은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성씨도 이씨로 바뀌고 새로운 주민등록번호를 받았다. 그러면서 가족들은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됐다. 55년 만의 가족 상봉이 이뤄진 것은 경찰청이 2004년부터 장기 실종자를 찾기 위해 운영 중인 ‘유전자 등록 제도’ 덕분이었다.
딸 이씨는 2019년 3월 뒤늦게 이 제도를 알게 돼 강남경찰서에서 유전자를 등록했다. 때마침 어머니 이씨도 올해 5월 경북 포항남부경찰서에 유전자를 등록했다. 이들 유전자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대조 방법을 활용해 모녀 사이임을 확인했다.
어머니 이씨는 딸을 보자마자 끌어안고는 눈물을 쏟았다. 어머니 이씨는 "미안하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며 연신 딸의 안부를 물었고, 딸 이씨도 "꿈에도 그리던 어머니와 가족을 기적처럼 찾게 됐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실종 아동 등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사회적 책임과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세계 실종아동의 날(5월 25일)에 맞춰 2007년부터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다.
복지부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실종아동은 대다수가 실종신고 접수 이후 12개월 내 발견돼 가정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1366명은 1년 이상 장기 실종아동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가운데 1044명은 20년 이상 장기 실종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