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때문에 못 살겠다…920% 관세 폭탄 때리자' 요청한 美 흑연업계 [보죠, 배터리]

美 현지 업체들, 中 흑연 초고관세 주장
무리한 주장이지만 트럼프 시대 불확실성 여전
中 의존 흑연 공급망 다변화 필요

미국 현지 음극재 업체들이 중국으로부터 들여오는 음극재(천연흑연·인조흑연 등)에 90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해달라고 당국에 요청했다. 중국산 흑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선 다변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23일 배터리 업계는 미국 현지 흑연·음극재 업체들의 주장처럼 흑연에 초고관세를 물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초고관세를 물리면 중국이 최근 내놓은 미국향(向) 흑연 수출 제한 조치를 수출을 아예 금지하는 형태로 격상할 수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흑연에 920%라는 초고관세를 물리면 결국 미국 내에서 음극재를 수급하지 못해 배터리 생산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할 일론 머스크 역시 아직까지는 중국산 음극재의 대안이 없어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태다.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 흑연이 등장한 것은 그만큼 취약한 공급망임을 방증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세계 이차전지 음극재 시장에서 중국의 비중은 약 93%로 절대적이다. 기업별로 보면 출하량 기준 ‘빅3’인 BTR과 샨샨, 지첸을 포함해 1∼9위를 모두 중국 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포스코퓨처엠이 10위로 비중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10위권에 들어 있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천연흑연 수입의존도는 94.4%(2022년 기준)로 절대적이어서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리튬·니켈, 양극재·분리막·동박 등 어떤 배터리 원료와 소재를 들여다봐도 이처럼 중국이 압도적으로 공급망을 장악한 영역은 없다.

흑연-음극재 공급망 다변화는 불가피하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내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중국산 광물을 쓴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는 배제돼 왔다. 흑연만 미국 정부가 제재를 2년간 유예하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시간을 벌었지만 2026년 말까지는 대체 공급선을 뚫어야 한다. SK온은 올해 2월 미국 웨스트워터 리소스로부터 천연흑연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앨라배마주 켈린턴 소재 정제 공장에서 생산한 천연흑연을 공급받는다. 포스코퓨처엠은 아프리카 모잠비크의 발라마 흑연 광산을 운영하는 호주 시라사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미국 흑연 생산업체들을 대표하는 음극재생산자협회가 미국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 등 규제당국 2곳에 중국 업체들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제출했다. 현지 미국 업체들은 중국산 흑연에 최대 920%의 반덤핑 관세가 부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흑연 수입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은 25%다. 음극재는 전기차 값의 최대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원가의 10~15% 가량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5000만원에 팔고 있는 전기차 원가에서 배터리 값은 2000만원, 음극재는 200만원 정도 되는 것이다. 920% 관세가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전기차 한 대당 음극재는 2040만원, 전기차 가격은 6840만원으로 약 36%가량 오르게 된다.

산업IT부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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