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영기자
전영주기자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반복되는 부실을 막기 위해 자기자본 비율을 20%대로 높이고 보증은 줄이는 PF 사업구조 개선 세부 방안을 상반기 중 마련해 추진한다. 또한 책임준공 관련 개선방안은 1분기 중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기관과 협의해 마련하고, PF 대출을 내주며 다양한 명목으로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금융사의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한 모범규준은 내년 1월에 마련해 모든 금융권에 적용한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정리·재구조화가 필요한 20조9000억원 규모의 사업장 중 올해 말까지 9조3000억원, 내년 상반기까지 16조2000억원 규모의 사업장이 정리·재구조화 절차를 완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절차가 더딘 사업장에 대해서는 지연 사유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이행실적 관리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19일 금융위원회는 권대영 사무처장 주재로 ‘부동산 PF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내년 상반기 중 부동산 PF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세부 금융규제 강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국토부 등 관계 기관과 금융·건설업계 등이 참석했다. 11월14일에 발표한 제도 개선 방안에 따라 만들어진 각각의 TF는 PF 사업에 들어간 자기자본비율에 따라 위험가중치와 충당금을 차등화하고 금융업권별 위험가중치·충당금 규제 등을 정비하게 된다. 부동산 PF로의 거액 신용공여와 PF 업권별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에 대한 한도규제도 신설·정비한다.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은 부동산 PF 사업성이 떨어지기 시작한 2022년부터 금융권의 건전성이 크게 흔들려서다. 금감원이 지난 8월과 10월 각각 1·2차에 걸쳐 진행한 사업성 평가에 따르면 전체 PF 익스포저 210조4000억원 중 11%인 22조9000억원이 유의(C)·부실우려(D) 등급으로 분류됐다.
권 사무처장은 "PF 대출 신규취급 증가와 민간분야 자금유입 확대 등을 감안하면 부동산 PF 리스크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와 PF시장 자금 선순환이 이뤄지기 위해 부실사업장 재구조화?정리가 계획대로 차질 없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추가로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관계 기관과 협의해 즉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까지 1·2차에 걸친 부동산 PF 사업장 평가 이후 금융당국이 부실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라고 강하게 압박하면서 10월까지 정리·재구조화 절차를 마친 사업장은 전체 대상 사업장의 약 21%(4조5000억원 규모)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주거시설 관련 사업장은 절반 수준(2조8000억원·122개 사업장)으로 약 3만5000가구에 달하는 주택공급 효과를 거뒀다는 게 금융당국의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말까지 유의·부실우려 사업장의 44%에 이르는 9조3000억원 규모의 사업장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전체의 77% 수준인 16조2000억원 규모의 사업장이 절차를 완료할 것으로 전망했다. 계획대로 전체 사업장이 정리·재구조화될 경우 추가로 10만4000가구의 주택공급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권 사무처장은 "지난 10월까지 당초 완료 예정 물량인 3조8000억원보다 많은 4조5000억원 규모의 사업장이 절차를 마무리했다"면서 "경·공매, 수의계약, 상각 등 물량은 계획을 상회한 반면 재구조화는 다소 진행이 더딘 상황"이라면서 "사업장별 지연사유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필요시 정리계획을 재징구하는 등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금융당국은 지난 1분기 9조원 수준에 머물렀던 신규 PF 취급액이 2분기와 3분기에 연달아 15조원을 웃도는 등 PF 시장 내 자금 선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했다. 개발시장 위축으로 축소됐던 브리지론 취급비중도 확대 추세에 있다고 봤다. 신규 PF 취급액은 2분기 15조1000억원, 3분기 16조4000억원으로 늘었고, 브리지론 비중도 같은 기간 17% 수준에서 25% 수준으로 높아졌다. 권 처장은 "앞으로 브리지론이 본 PF로 정상 전환할 경우 PF 연착륙과 자금 선순환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다만 PF 구조조정 결과보다 금융당국이 엄격한 새 기준을 적용한 만큼 악화우려 익스포저는 지난해 말 9조3000억원 대비 246% 이상 늘었다. 부실 사업장이 증가하면서 금융권 건전성과 수익성도 악화했다. 전 금융권의 PF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말 5.2%에서 올해 3분기 말 11.3%로 6.1%포인트 치솟았다. 같은 기간 충당금 적립액은 8조9000억원에서 11조3000억원으로 2조4000억원 증가했다. 충당금을 쌓으면 대손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금융사의 이익은 줄어든다.
이에 금융당국은 대부분의 업권에서 증자 등으로 지난해 말 대비 자본비율이 상승하고 최저 규제비율을 미충족한 경우가 없어 금융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권 사무처장은 "유의·부실우려 여신 중 공사가 진행 중인 본 PF 규모(4조6000억원)는 지난 6월 말 평가(4조1100억원) 대비 크게 늘지 않았다"면서 "참여 시행사는 주로 매출 규모가 적은 영세업체가 많은 편으로 건설사·시행사 등에 미치는 추가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신디케이트론, 캠코 펀드 등의 집행 실적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보험업권 PF 신디케이트론(1조원·최대 5조원)은 출범 이후 현재까지 3개의 사업장에 3590억원을 지원했다. 1조원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되는 내년 1분기 중 규모를 2조원으로 확충하고 앞으로 최대 5조원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새마을금고·유암코는 지난 9월에 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고 12월 중 첫 투자를 집행한다. IBK·유암코는 12월 중 2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우리금융지주도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내년 초에 조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