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연기자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심야 비상계엄 선포·해제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향후 급박하게 돌아갈 '탄핵정국'이 자본시장의 더 큰 리스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4일 사모펀드(PEF) 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다행히도 주식시장이나 환율에는 큰 타격이 없었지만, 탄핵 국면으로 바로 가는 분위라서 정국 불안에 대한 자본시장 위축은 당분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보유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상대적인 가치하락을 막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산업과 자본시장은 급격한 경기침체를 맞아 구조조정에 한창이다. 자금조달을 위한 대기업 계열사 매물,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한 PEF 보유 매물 등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향후 이어질 탄핵정국이 모든 국내 이슈를 흡수하고 불확실성을 극대화해 증시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가치를 급속도로 절하시킬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기업들과 금융·투자사들은 당분간 탄핵정국의 진행 상황을 살피며 움직임을 최소화할 것으로 보이며, 글로벌 투자자들 역시 한국 시장에 대한 익스포저를 최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나 SK그룹 등 자금조달을 위해 계열사 매각 등 특단의 자구책을 내놓은 그룹들의 입장도 난감해졌다. 미래사업 준비를 위해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들은 당분간은 유동성 확보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VC 업계 관계자는 "비상계엄 선포를 통해 받은 국가 이미지 훼손 등 유·무형의 손해를 따져보면 천문학적인 수준"이라며 " 다양한 부분에서 영향을 미칠 것이고 불확실성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은 더욱 안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군인들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모습 등 편집된 정보를 통해서 정보를 접하게 되는데, 해외 투자나 글로벌 협상 등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정 혼란이 얼마나 빠르게 회복되는지가 관건이라고 본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국정은 동력을 잃었고, 국민 여론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본다"며 "'강 대 강' 대치보다는 자진 하차를 통해 빠르게 리커버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증권가도 비상계엄 선포·해제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외국인과 기관, 개인 등 투자자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 고유의 정치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태이므로 향후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한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는 "계엄령은 해제됐으나 법리 논란 등 후폭풍이 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주식, 펀드 등 고객들의 자금 이탈 우려가 상존하며 주식시장은 불확실성에 따른 단기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외국인들도 변동성 확대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투자금 일부 회수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전날 밤 10시25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으나 이날 새벽 1시쯤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됐다. 윤 대통령이 오전 4시30분께 국무회의를 통해 이를 의결하며 비상계엄이 해제됐지만, 야당의 탄핵 요구 등에 국내 정치를 둘러싼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