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여권 잠룡들의 대응은 달랐다. '비상계엄 선포 철회'를 외치며 적극적인 반대로 존재감을 드러낸 사람과 그렇지 않은 경우에 따라 권력 지도가 재편될 조짐이다. 레임덕을 넘어선 윤 대통령의 데드덕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한 사람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다. 오 시장은 전날 밤 비상계엄 선포가 나온 뒤 입장문을 내고 계엄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오 시장은 "계엄은 철회돼야 한다"면서 "시장으로서 시민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서울시청 집무실로 나와 상황 변화에 대비했다. 박 시장도 "비상계엄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면서 "우리 국민이 지켜온 민주주의에 결코 후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채상병 특검법' 표결 당시에도 유일하게 자리를 지켰던 여당 소속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군경에 가로막혀 당사에 발이 묶이면서 투표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그는 당사에 있었지만, 계엄에 대해 강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안 의원은 당사를 빠져나오면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라면서 "제 온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국회 출입 제한에 막혀 본회의장 표결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하지만 "반헌법적 행위는 탄핵 사유가 된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에서 "헌법에도 위배되고 내용면에 있어서도 나중에 포고문, 포고령이라고 나온 것을 보면 무슨 의대 문제가 왜 나오는지 굉장히 두서없는 어떤 시도였다"면서 "대한민국 공무원 사회가 또 군경이 이런 시도에 대해서 아주 적극적으로 지원(서포트)하지 않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홍준표 대구시장은 비상계엄 선포 후에도, 국회가 이를 해지했을 때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평소 정치 현안에 큰 관심을 가진 홍 시장의 늦은 대응은 다소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홍 시장은 이날 오전 8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충정은 이해하나 경솔한 한밤중의 헤프닝이었다"면서 "꼭 그런 방법밖에 없었는지 유감이다. 잘 수습하시길 바란다"는 짧은 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