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정기자
간밤 비상계엄 사태로 코스피가 하루만에 2500선을 내주고 2470선까지 후퇴했다. 전문가들은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가 불가피하겠지만 정부의 유동성 공급 등으로 충격 강도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4일 오전 9시20분 기준 코스피는 전일 대비 29.73포인트(1.19%) 하락한 2470.37에 거래됐다. 코스닥은 9.23포인트(1.34%) 하락한 681.57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 오후 3시30분 종가 대비 15.2원 오른 1418.1원에 개장했다.
전일 모처럼 매수에 나섰던 외국인은 하루만에 '팔자'로 전환해 유가증권시장에서 2200억원을 순매도 중이다.
간밤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로 인해 당분간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원·달러 환율은 순식간에 1444원대까지 치솟았고 미국에서 거래되는 MSCI 한국지수 상장지수펀드(ETF)도 한 때 6% 넘게 하락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 이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가 불가피해 단기 변동성 확대를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6시간 만에 계엄 사태가 종료되면서 한국 관련 자산들도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계엄 해제 후 원·달러 환율은 1410원대 후반으로 내려왔으며 MSCI 한국 지수 ETF도 1.6% 하락 마감에 그치는 등 한국 관련 자산가격들의 불안정함이 진정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MSCI 한국 지수 ETF, 원·달러 환율 등 금융시장의 가격 레벨이 전일 장 마감 당시 때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점 자체가 신경 쓰이는 부분으로 한국 고유의 정치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태이므로 향후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외국인 이탈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1월 한 달간 단 3일을 제외하고 모두 매도세를 보였던 외국인은 전일 유가증권시장에서 5000억원 이상을 사들이며 코스피 2500선 회복을 견인, 외국인 매도 행진 종료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외국인은 8월부터 지난달까지 매도 행진을 이어왔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19조7935억원을 순매도했다. 한 연구원은 "전일 외국인은 지난 8월16일(1조2000억원) 이후 가장 큰 코스피 순매수 규모를 기록하는 등 공격적인 순매도세가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으나 한국 고유의 정치 불확실성 증폭으로 이 같은 기대감이 후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단기적으로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비상계엄 사태가 빠르게 해소된 만큼 시장의 충격 강도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연구원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해제됐고 이 과정에서 환율, 야간 선물 등 낙폭이 축소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시장 충격 강도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특히 국내 증시와 환율 시장이 극심한 저평가 영역에 위치한 만큼 점차 안정을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적극적인 금융시장 안정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완충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증시는 10조원 규모의 증안펀드 등 시장안정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채권시장·자금시장은 총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와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을 최대한 가동해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연구원은 "단기적인 가격 변동성은 불가피할 수 있겠지만 당국의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가 적극적으로 시행될 수 있는 만큼 그 변동성 증폭의 지속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비상계엄으로 촉발될 정치적 불확실성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여 증시의 빠른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유동성 지원으로 금융시장 변동성 높이는 제어될 것으로 판단되나 연말 탄핵정국 진입 가능성이 점증하는 등 국정 불안 요인이 잔존해 외환·채권·주식 트리플 약세가 우려된다"면서 "연말 금융시장내 불확실성 반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