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원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향후 3년간 영세 상인 배달 수수료 부담을 30% 이상 덜어주고, 노쇼(No-Show·예약 부도)와 악성 댓글 피해 구제를 강화한다. 또 민간 상권기획자를 육성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키운 예산시장 같은 지역 명소를 확대한다.
윤 대통령은 2일 충남 공주시 아트센터 고마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주재하고 이 같은 내용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책을 내놨다. 이날 민생토론회는 '다시 뛰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활력 넘치는 골목상권'을 주제로 열렸다.
윤 대통령은 소상공인이 전체 기업의 95%, 고용의 46%를 차지하는 우리 경제의 근간이자 버팀목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들이 활력을 찾고 힘차게 일할 수 있어야 양극화 타개의 길도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 소상공인·자영업자 전용 예산을 역대 최대인 5조9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전향적인 내수, 소비 진작 대책을 강구해서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더 힘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윤 대통령은 강조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부담이 큰 배달 수수료는 영세 가게를 중심으로 3년간 30% 이상 줄여준다. 전통시장의 경우 0%를 적용한다. 또 현행 5~14% 수준인 모바일상품권 수수료는 요율을 낮추고 긴 정산 주기를 단축하는 상생 방안을 연내 마련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요즘 자영업 하시는 분들의 가장 큰 부담이 배달 수수료"라며 "기본적인 배달비에 더해 중개 수수료를 평균 9.8% 내야 해서 배보다 배꼽이 크다고 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노쇼, 악성 리뷰·댓글 등 소상공인 생업 4대 피해 구제도 강화하기로 했다.
노쇼의 경우 피해가 연 4조5000억원에 달하는 현실을 고려해 소비자·판매자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예약보증금제를 마련하고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제시하겠다고 윤 대통령은 설명했다.
악성 리뷰와 댓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사들에 게재된 악성 리뷰·댓글에 대한 신고상담센터를 전국에 90곳 만든다. 리뷰와 댓글이 악성으로 판명되면 플랫폼사와 협력해 신속하게 삭제하거나 가리는 조치를 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요즘 예약하고 잠적하는 노쇼나 가게 문까지 닫게 만드는 악성 리뷰로 힘들어하는 사장님이 많다"며 "예약보증금 제도나 분쟁해결 기준을 개선하고 올바른 예약 문화가 확산하는 데 정부가 큰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금지를 성실히 고지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손님이 변심으로 일회용품을 매장 안에서 사용하다가 단속되더라도 사업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를 면제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지역 상권을 살리는데도 박차를 가한다.
윤 대통령은 공주 제민천 주변 상권과 대전 성심당 주변 상권 등을 언급하면서 "2027년까지 1000명의 민간 상권기획자를 육성해 이들이 창의적으로 상권의 발전전략을 기획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백종원 선생은 민간 상권 기획으로 예산시장을 확 바꿔놓았다"며 "이런 일을 담당할 민간 상권기획자를 육성할 것"이라고 했다.
마무리 발언에서도 윤 대통령은 "지역 상권 기획과 개발에 대해선 공무원보다 민간 주도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에선 민간 주도로 이런 걸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종원 선생과 같은 기획자들, 플래너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하면 좋다)"라며 "저도 텔레비전을 켰다가 백종원 선생이 나와서 음식 만드는 것 뿐 아니라 시골 바닷가 가게를 리노베이션(개보수) 해주는 거 보면 재밌어서 다른 채널로 돌리질 못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윤 대통령은 프랑스의 '지역 제작소'와 같이 지역 창업가와 주민, 상인 등이 지역 사업화와 상권 유입을 위해 창조적으로 활동·교류하는 '지역 창작공간(로컬 메이커스페이스)'을 전국 10곳에 조성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토론회는 윤 대통령이 국정 후반기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양극화 타개'를 강조한 이후 첫 민생행보"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지원방안을 논의하는 것을 시작으로 임기 후반기 국정 목표로 내세운 양극화 타개 행보를 본격화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내수 진작을 위해선 소비가 살아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현대 자본주의, 시장경제 사회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사회인데 제일 중요한 게 소비"라며 "자영업자, 소상공인에 대해서 여러 지원해주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사람들이 가서 돈을 쓸 수 있게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민생토론회에는 소상공인, 상권기획자, 학계·전문가, 정부·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 총 80여명이 참석했다. 대통령실과 정부에서는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김병환 금융위원장,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이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