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기자
감액 예산안 상정을 두고 여야가 대치를 벌인 가운데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감사원장과 검사 탄핵안이 잇달아 보고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이날 "고심 끝에 오늘 본회의에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증액 없이 감액만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한 뒤 이날 본회의에 해당 예산안을 상정하려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발하며 감액 예산안 철회를 주장해, 이날 여야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우 의장은 대신 10일까지 여야가 추가로 협의해달라고 촉구했다. 우 의장은 이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이번 일은 그냥 일어난 것이 아닌, 정부가 국회의 심사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아 생긴 것으로, 의장으로서 정부에 유감을 표한다"며 "정부의 전향적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감액 예산안을 두고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신경전을 벌였다.
예결위 야당 간사 허영 민주당 의원은 "감액이 국회의 고유 권한임에도 불구하고 그 감액으로 인해서 피해 보는 국민들과 국가의 미래 산업과 국가 경쟁력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한 그런 절차"라면서 "6대 권력 기관이 쓰는 정부비가 2조200억원이 넘었고 지출이 증빙되는 특정업무경비(특경비)를 제외하더라도 1조1000억원이 아무런 지출 증빙 없이 마구 쓰였다. 이래서 감액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여당 간사인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일, 새로운 역사가 민주당에 의해서 써지고 있다"면서 "치열하게 고민했다. 예결위 소소위에서 한, 두 시간 전에 치열하게 논쟁했던 것이 바뀌었다. 윗선의 지시가 없었으면 두 시간 전에 (갑자기) 바뀔 수가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칙과 기준도 없이 (민주당이) 자르다 보니까 청년 정책 통합 플랫폼 구축 예산, 저소득 아동 자산 형성, 전 국민 마음 투자 예산, 아이돌봄 지원, 돌봄수당을 깎았다"면서 "글로벌이라고 붙은 예산을 다 깎다 보니까 국내 연구·개발 기업들, 글로벌 이름 붙었다고 다 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죽했으면 박정 예결위원장도 사인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이 발의한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안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장의 탄핵소추안은 이날 본회의에서 함께 보고됐다 국회에서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돼 본회의 보고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지검장 등 검사 3명은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에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과 관련해 제대로 수지 않았다며 탄핵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즉각 반발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브레이크 없는 폭주만 거듭하는 민주당이 결국 헌정사상 초유의 정치 폭행을 자행하고 있다"면서 "22대 국회 내내 입법 폭주, 탄핵, 특검 겁박으로 국정을 끝도 없이 흔들어대더니 급기야 감사원장과 검찰 지휘부 탄핵으로 아예 국정을 마비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보복정치가 예산 삭감과 탄핵 남발로 끝도 없이 펼쳐져 국정 방해, 정권 흔들기가 유일한 목적이자 방탄이 유일한 목표인 더불어방탄당, 탄핵중독당"이라면서 "검찰의 손발을 자르겠다는 것은 이재명 대표의 2심을 훼방 놓고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을 지연해보겠다는 얄팍한 술수다. 국정을 흔들고 정부를 무력화하기 위한 정치 테러"라고 비판했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이뤄져야 한다. 오는 4일 본회의에서 최 원장과 이 지검장 등 서울중앙지검 지휘라인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